`에어컨 이전설치 비자격 문제 해결하자’...민간 제조사 주도로 교육·설치인증 도입나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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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A씨는 몇 개월 전 이사하면서 이사짐 센터를 통해 소개받은 사업자에게 에어컨 이전 설치를 맡겼다. 값이 싸고 이사와 연계한다는 점에서 서비스를 받았다. 하지만 몇 달이 지나 여름철이 돼 에어컨을 가동하자 배관 주변에 물이 새는 문제를 겪었다. 하지만 이전설치 사업자와 연락이 닿지 않았다.

#2. 에어컨 제조업체 B사는 이사 이후 에어컨에 문제가 있다는 민원을 접수했다. 하지만 이 제품을 보니 B사가 설치한 것이 아니라 영세 자영업자가 이전 설치한 건이었다. 설치 책임자에게 문의하라는 안내를 했지만 소비자는 계속 불만을 제기했다. B사는 결국 자사 경비로 민원을 해결해줬다.

전자정보통신산업진흥회는 삼성전자와 LG전자 등 전자업계와 이전설치 전문인력을 양성하고 서비스 규격화를 위한 가칭 ‘가전제품 설치 교육인증센터’를 다음 달 발족한다고 22일 밝혔다.

민간 업계가 가전 이전설치 안전사고 방지와 건전 설치 환경 조성 공동 대응에 나서기로 했다.

가전제품은 최초 설치와 이전 설치로 나뉜다. 에어컨과 벽걸이 TV 등은 이사 이후 재설치가 중요하다. 하지만 우리나라 이전 설치에 관한 법 제도가 없다. 이 때문에 이전설치 문제에 따른 책임 규명, 보상 체계 등이 미흡하다는 목소리가 높았다.

전자정보통신산업진흥회 관계자는 “현재 가전제품 설치 시 별도 자격이 없는 사람 아무나 업무에 나서면서 여러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며 “업계와 2년간 논의 끝에 설치형 가전제품 가운데 먼저 가정용 에어컨 전문인력 양성과 설치기사 민간 인증제를 도입하는 쪽으로 방향을 잡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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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계는 소속이 불분명한 기사까지 제도권으로 끌어들여 일정 교육을 진행하기로 했다. 교육인증센터는 10월말 서울 상암동 전자회관에 들어설 예정이다. 일정 과정을 마치면 수료증도 제공한다. 이전설치 시 기사 실명을 설치물에 표기하는 ‘설치기사 실명제’도 타진키로 했다.

진흥회는 소비자가 향후 보다 안전한 설치 서비스를 받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가전 제조사는 직접 관여하지 않은 이전설치 문제까지 책임져야 하는 불편을 피할 수 있다.

진흥회 조사에 따르면 국내 에어컨 설치업 종사자는 1만5000명 수준이다. 이 가운데 45% 정도가 에어컨 설치 교육을 받지 않는 무자격자로 추정된다. 에어컨 설치 과정에서 배관 훼손과 냉매 유출, 실외기 전원 접지 잘못 등이 자주 발생한다. 대부분 문제는 최초 설치가 아니라 이전 설치 이후 발생했다.

최근에는 TV가 대형화하면서 제품을 벽에 설치하는 데도 많은 노하우가 필요하다. 더구나 빌트인 가전이 확산되는 점도 설치 엔지니어 전문성을 요구한다.

우리 정부도 국가표준원을 중심으로 이전설치와 관련한 실태조사에는 착수했다. 미국과 캐나다, 독일 등 주요 국가는 이미 설치와 관련한 자격 및 사업자 등록제를 시행 중이다.

업계는 향후 우리나라에 이전설치와 관련 법 제도화가 이뤄지도록 지속적으로 정부에 건의하기로 했다. 전문 설치기사를 국가공인 자격제로 추진하는 것까지 건의에 포함할 예정이다.

저렴한 가격만 내세우는 사업자보다는 배상보험에 가입하고 일정 자격을 갖춘 전문 업체를 이용하도록 소비자 인식을 개선하는 활동도 업계가 공동으로 펼치기로 했다.

<가전제품 설치관련 위해사례 접수현황 (자료: KEA, 한국소비자원(2007.1~2011.3))>

가전제품 설치관련 위해사례 접수현황 (자료: KEA, 한국소비자원(2007.1~2011.3))

김승규기자 seung@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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