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의 금리 동결 결정이 세계 주식시장에는 부정적 영향을 미치고 있다. 연준이 금리인상을 미룬 이유가 글로벌 경기 부진 특히 중국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는 점에서 불확실성 해소보다 지속에 무게를 두는 모습이다.
연준이 기준금리를 동결한 다음날인 18일(현지시각) 미국과 유럽 증시는 일제히 하락세를 나타냈다. 뉴욕증시 3대 지수는 모두 1.5%대의 낙폭을 기록했다. 유럽증시도 영국 런던 FTSE100지수는 1.3%, 독일 프랑크푸르트 DAX30지수는 3.1%, 프랑스 파리 CAC40지수는 2.6% 각각 떨어졌다.
전문가들은 주요 주식시장이 맥을 추지 못한 이유로 미국 연준마저 글로벌 경기를 우려한다고 언급한 영향이 크다는 입장이다. 일반적으로 금리인상이 이뤄지지 않으면 증시가 활기를 띠게 마련인데 동결 이유가 오히려 투자심리를 얼어붙게 만들었다는 것이다. 여기에 10월이든 12월이든 연내 인상 가능성을 열어놨다는 점도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연준은 미국 경기는 좋지만 금리를 인상해도 될 정도로 글로벌 경기가 받쳐주지 못한다고 판단했다. 재닛 옐런 의장이 금리 동결 직후 가진 기자회견에서 “최근 해외 경제전망이 더 불확실해진 것으로 나타났다. 중국과 다른 신흥시장 경제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고 발언한 것도 영향을 미쳤다. 투자자들은 미국 금리인상이 내년으로 넘어갈 가능성이 점쳐지는 데도 주식을 줄이고 미국 재무부 채권과 금 등 안전자산으로 눈을 돌렸다.
일부에서는 미국 기준금리 결정 원칙이 흔들렸다는 우려도 한다. 연준은 원칙적으로 자국 경제 상황에 따라 금리 결정을 내린다. 하지만 2013년 5월 당시 벤 버냉키 연준 의장이 점진적 자산매입 축소(테이퍼링)를 시사하면서 신흥국에서 자금이 빠지고 달러가 급등하는 등 ‘긴축 발작’이 발생했고, 이런 기억이 생생한 연준으로서는 대외 악재를 무시할 수 없었을 것이란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특히 미국과 함께 글로벌 경제 양대축인 중국의 불안은 세계 경제 전체를 위기로 몰아넣는 일이 될 수 있어 연준의 정책 결정에 영향을 미쳤을 것이란 분석이다.
우리나라 경제는 당분간 중국발 악재에 영향을 받을 전망이다. 중국은 지난 2003년부터 미국을 제치고 우리의 최대 수출국으로 떠올랐다. 중국에 대한 수출 비중은 25.1%에 이른다. 올해 7월까지 대중국 수출은 4.9% 줄었고, 지난 8월 수출은 14.7% 급감했다.
그렇다고 미국 금리인상 우려가 완전히 사라진 것도 아니다. 외국인이 증시에 돌아오고 원·달러 환율이 하락하면서 안도감이 살아나긴 했지만 앨런 의장의 말대로 다음달에 금리인상이 단행될 수도 있다. 전문가들 사이에서 불안한 안정이 얼마나 지속될지 모른다는 게 가장 큰 위협이란 말이 나오는 이유다.
이성민기자 smle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