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소재부품 협력 수출 모델에 희망을 건다

소재부품 분야에 새로운 수출 모델이 등장했다. SKC 자회사인 SK텔레시스가 소재부품 중견기업과 함께 중국에 합작사를 설립하고 현지 시장을 공동으로 개척하기로 했다. 대기업이 보유한 현지 인프라와 중견기업이 가지고 있는 소재부품 기술력을 결합해 협력하는 형태다.

소재부품 수출은 대체로 대기업이 현지 거점을 세우고 협력사 제품을 가공하거나 그대로 판매하는 형태였다. 대기업 중심으로 운영되다 보니 소재부품 협력사에 돌아가는 이윤은 박할 수밖에 없었고 대기업 요구가 불합리해도 대부분 수용해야 했다.

SK텔레시스와 중견기업 합작 진출은 불균형 관계가 고착화된 우리 소재부품 수출 관행에 변화의 바람을 일으킬 전환점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무엇보다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분야가 가파르게 성장하는 중국 시장을 정조준했다는 의미가 크다. 이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총력을 기울이는 글로벌 소재부품 기업과 정면 승부를 위해 협업 모델이 가장 효과적이라고 판단한 것이다.

이번 모델은 SK텔레시스 모회사인 SKC가 앞서 추진한 협업 사업에서 얻은 경험이 바탕이 됐다. SKC는 2년 전부터 중소·중견기업과 협업 형태로 반도체 공정용 케미컬 소재 사업을 추진해 소재 제품 10여종을 개발했다. 대부분 수입 대체 효과가 높은 제품으로 국내 시장에서 성공작으로 꼽힌다. 이 사업을 자회사로 이관하면서 협업 모델을 그대로 이어가 중국 시장에 발을 내디뎠다. 중국에서는 디스플레이까지 영역을 넓히고 현지 생산 인프라까지 구축하기로 했다. 중국 기업뿐만 아니라 현지에서 자리 잡은 글로벌 기업도 공략 대상이다. 소재부품 강국 일본기업과 이른바 ‘맞짱’도 불사하겠다는 각오다.

대기업 위주인 ‘선단형’ 수출 모델로는 한계가 있다. 협업 수출 모델은 시험대에 올랐다. 시기는 최적이다.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투자에 나선 거대한 중국 시장을 누가 선점하는지에 따라 소재부품 강국 순위가 뒤바뀔 수 있다. 희망을 걸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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