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분석]‘롤러코스터’ 국제유가…한국 산업·경제 파장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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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유가 변동성이 최고조에 달했다. 불과 며칠 만에 30% 가까운 급등세를 타더니 다시 급락세로 돌아섰다. 국제유가 움직임을 결정하는 주요 산유국 감산 여부, 미국과 더불어 석유 최대 소비국 반열에 오른 중국 수요 전망이 엇갈리면서 연일 널뛰기 장세다. 유가 향방이 글로벌 관심사로 떠오른 가운데 지난해 유가 급락으로 직격탄을 맞은 정유산업을 포함한 우리 산업계는 위험을 최소화할 대응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예측 밖 흐름’ 변동성 극대화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작년 대비 유가하락으로 발생한 수출 감소분은 올해 월 평균 23억달러 수준이다. 하락폭이 컸던 지난달에는 30억달러로 치솟았고 석유제품 수출액은 40% 이상 줄었다.

국제유가가 우리 경제에 미치는 파장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예다. 최근 국제유가 변동성이 극심해지면서 정부는 물론이고 정유·석유화학 기업은 매일 바뀌는 유가 곡선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하지만 연일 예측 불가능한 널뛰기 장세가 지속되면서 대응에 어려움을 겪는다.

서부텍사스산 원유(WTI) 가격은 최근 극심하게 출렁였다. 지난 7월 배럴당 50달러대에 머물다 8월 들어 하락세를 거듭하더니 24일에는 배럴당 38.24달러까지 떨어졌다. 올해 들어서는 물론이고 최근 6년 6개월 동안 가장 낮은 가격이다. 이후 다시 급등세를 탔다. 지난달 31일 배럴당 49.2달러를 기록했는데 5일간 상승폭은 28.7%에 달했다. 다시 지난 4일 배럴당 46.05달러로 내렸다.

우리나라 정유사 도입 가격 기준이 되는 두바이유 현물가도 롤러코스터 움직임을 보였다. 8월 배럴당 51.11달러로 최고가를 찍은 뒤 25일 42.66달러까지 떨어졌다 이달 1일 49.98달러로 급등했다. 4일 47.19달러로 내린 상태다.

최근 국제유가 급락은 미국 원유 재고량 급증과 중국 석유제품 소비 감소 우려가 종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다. 상승세가 이어진 기간에는 세계 최대 원유 펀드인 USO에 자금이 빠르게 유입됐다. 투자업계가 30달러대까지 하락이 과도했고, 사실상 바닥으로 판단한 것으로 관측된다. 그와 더불어 비OPEC 국가 감산 가능성이 점쳐지며 상승세에 힘을 더했다.

◇상승·하락 요인 공존…“단정은 힘들어”

국제유가 방향을 가늠하기는 쉽지 않다는 게 전문가 분석이다. 공급과잉이 우세한 가운데 주요 산유국 감산 가능성이 점쳐지지만 중국 소비량 부진과 미국 내 재고 증가 등이 유가 하방 압력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당분간 변동성 장세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먼저 주요 산유국 감산 여부에 관심이 쏠린다.

OPEC는 최근 월례 간행물에서 “공급과잉과 유가 하락 압력이 시장에 우려로 남아 있다”면서 “비OPEC 회원국과 원유 생산량을 논의할 준비가 돼 있다”고 밝혔다. 유안타증권은 “국가 재정 결핍으로 8년 만에 국채를 발행한 사우디아라비아가 다른 산유국과 감산 관련 논의를 시작할 가능성이 높다”고 예상했다.

최근 중동 산유국 재정위기 수위가 높아진 것이 배경이다. 블룸버그 등 해외 주요 외신에 따르면 카타르정부는 지난 2일 137억달러(약 16조2000억원) 규모 국채를 발행한다고 발표했다. 1인당 국내총생산(GDP)이 10만달러에 달하는 부국 카타르 국채 발행을 국제유가 하락으로 인한 재정 위기 신호탄으로 보는 시선이 우세하다.

카타르 재정수입에서 원유·천연가스 판매 비중은 절대적이다. 천연가스 가격은 1㎜BTU당 2.644달러로 국제유가와 함께 지난해 대비 반토막 난 상태다. 저유가로 대체 수요가 발생하면서 수출량 자체도 큰 폭으로 떨어지면서 재정 수익이 크게 악화된 것으로 국제전문가는 분석했다.

국제유가 하락은 대표 산유국 사우디 재정도 불안하게 만들었다. 사우디는 올해 1200억달러, 국내총생산(GDP) 20%에 달하는 재정적자를 낼 것으로 예상된다. 유가가 주저앉은 지난해 8월 이후 열 달 만에 외환보유액은 809억달러나 빠져나갔다. 유가가 100달러를 회복해야 균형이 맞춰진다는 전망이다. 중국을 필두로 한 글로벌 원유 소비량 추이도 또 다른 변수다.

중국이 산업화에 주력한 2000년대 글로벌 석유제품 소비량도 증가하며 국제유가는 상승세를 이어갔다. 2010년 이후 중국 산업생산이 감소하면서 중국 원유 소비 역시 둔화되기 시작했다. 원유 소비량과 소비증가율에서 세계 수위를 자랑하던 중국 소비량 감소는 유가 하락으로 이어졌다.

최근 중국 실물경기는 정부의 연속적 금리 인하 정책에도 개선세가 뚜렷하게 나타나지 않고 있다. 수요 회복은 당분간 요원할 것으로 보는 관측에 힘이 실린다. 미국 재고량도 큰 폭 감소를 보이지 않고 있다. 미 에너지정보청(EIA)은 최근 지난주 미국 원유재고 규모가 467만배럴 증가했다고 발표했다. 지난 4월 이후 주간 기준으로 가장 큰 폭 증가다.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이란 핵협상 합의안(포괄적 공동행동계획)을 지지하는 상원 의원 34명을 확보한 것도 잠재적으로 국제시장에서 원유 공급을 늘리는 결과로 작용할 전망이다. 이란 핵협상이 미국 의회 승인을 얻을 가능성이 커지면서 산유국 대열에 이란이 복귀하는 것은 시간문제다. 이는 유가 하락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

민병규 유안타증권 연구위원은 “국제유가에 영향을 미치는 산유국 감산 가능성이 있지만 중국 소비량 개선은 당분간 어려울 것”으로 내다보며 “유가 급등락도 수급에 영향을 주는 주요 변수가 엇박자를 내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미국 석유재고(전략비축유 제외/단위:백만 배럴)

자료:미국 에너지부/에너지정보청

7월~9월 1주 국제유가

[자료:페트로넷]

7월~9월 국제 석유제품 가격

[자료:페트로넷]

7월~9월 전국 평균 주유소 휘발유 경유 판매가격

[자료:페트로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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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정형기자 jenie@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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