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 33주년 특집] SW교육부터 달라져야 한다

세계는 지금 소프트웨어(SW) 전쟁이다. 구글, 페이스북, 마이크로소프트 등 글로벌 SW기업이 정보통신기술(ICT)은 물론이고 인류 역사까지 새롭게 쓰는 계획에 돌입했다.

일상생활부터 의료, 국방, 우주 등 첨단산업에 이르기까지 사회 전체가 SW 중심으로 운영되고 사물인터넷으로 연결되는 새로운 디지털 시대가 도래했다. 디지털 창조경제 시대를 맞아 컴퓨터적 사고능력 필요성도 한층 높아졌다. 우수한 SW 전문인력 체계적 양성이 시급해지면서 각국 정부는 초·중등교육부터 고등교육까지 앞다퉈 컴퓨터적 사고력 및 SW 개발력 키우기에 나서는 상황이다.

작년 미국 오바마 대통령을 비롯해 글로벌 기업 유명 기업가 역시 코딩해 볼 것을 권하면서 프로그래밍 교육 열풍이 불고 있다.

우리 정부도 지난 7월 SW 중심사회 주역 양성을 위한 SW인재 양성 추진계획을 발표했다. SW 중심사회는 SW가 혁신과 성장, 가치창출의 중심이 되는 사회를 말한다. 더는 컴퓨터가 특정 분야와 학문에 국한되지 않고 금융, 의료 등 다양한 분야와 융합해 새로운 서비스와 직업을 만들어내고 있다.

◇수업 아닌 학생 활동 중심의 SW교육 이뤄져야

전문가들은 기존의 경직된 교과목 위주 교육 방식에서 탈피해 다양한 SW교육을 진행해야 한다고 제안하고 있다.

교사의 일방적 지식 전달이 아닌 학생의 활동 중심 수업을 통해으로 SW교육에 대한 관심과 흥미부터 불러일으키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컴퓨터적 사고력에 기반이 되는 의사소통 능력, 공동체 의식, 비판적 사고력 등을 키우기 위해 유연한 학습 활동 공간과 교사의 충분한 확보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SW교육을 위해 개인별로 자유롭게 이동이 가능한 책상이나 노트북 환경 등을 필수요소로 꼽기도 한다.

지난 8월 초 코딩클럽 주최로 서울 SBA 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제1회 코딩클럽 주니어 해커톤’에 참여한 100여명의 학생은 모둠별로 자유롭게 책상을 오가며 코딩교육을 받았다. ‘왕초보반’부터 ‘해커반’까지 수준별로 나뉜 학생은 코딩교육을 위해 제작된 카드게임을 시작으로 피지컬 컴퓨터까지 연결하는 프로젝트식 수업을 종일 진행했다.

코딩클럽은 MIT가 코딩교육을 위해 개발한 ‘스크래치’를 이용해 학생이 자연스럽게 수업에 참여하도록 했다. ‘미래는 어떤 사회가 될 것인가’라는 주제로 학생은 각자 미래의 로봇, 미래의 자동차, 외계인, 우주 등을 컴퓨터 프로그램으로 구현했다.

이날 자원봉사로 참여한 학부모 정은연씨는 “자녀가 중 2고, IT 분야에 관심이 많아 진로를 일찌감치 정했지만 학교에서도 제대로 알려주는 사람이 없는 것이 안타까웠다”며 “참여하는 교사가 컴퓨터학과 학생이거나 현직자가 많아 교육은 물론이고 진로 설정에도 도움을 얻고 있다”고 말했다. 정씨는 “SW교육에 흥미를 느낀 아이가 지속적으로 관심을 가질 수 있도록 자발적으로 나와 돕고 있다”며 “당장 SW교육을 시작한다는데 정보를 얻을 만한 창구나 방과후학교마저도 부족하다”고 전했다.

◇부족한 교원, 미흡한 SW교육 인프라

실제로 SW인재 양성을 위한 교육 인프라는 아직 미흡한 수준이다. 과거 입시 위주 교육방식, 집체식 교육방법과 차별화된 창의적 문제해결능력 습득을 위한 교원, 교재 확보가 이뤄지지 않았다. 특히 교원 부족이 심각하다.

초·중등 ICT-SW 교육 강화를 위한 실천방안 기획연구에 따르면 2013년 기준 우리나라 중등학교 전체 정보·컴퓨터 교사는 3890명으로 8년 전인 2005년과 비교해 줄어들었다고 지적했다.

2000년에 실시된 제7차 교육과정에서 ICT 활용교육이 있었다. 중학교에서는 ‘컴퓨터’, 고등학교에서는 ‘정보사회와 컴퓨터’라는 선택과목으로 수업이 진행됐다. 중학교에 선택과목으로 ‘정보’ 과목이 있다. 고등학교는 생활교양 영역 기술·가정교과 심화선택과목으로 ‘정보’, 과학탐구 영역 심화선택과목으로 ‘정보과학’ 과목이 운영된다. 4000여명 정보·컴퓨터표시과목 교사가 학교 현장에 배치됐다.

하지만 2007년 ICT 활용교육지침은 폐지됐다. 2000년대 초 80%를 선회하던 선택률이 2012년 중학교 8%, 고등학교 5%로 급락했다.

◇사고력 키우는 창의적 SW교육 이뤄져야

정부는 오는 2020년까지 초·중등생 SW교육으로 창의적 아이디어를 SW로 구현할 수 있는 문제 해결력을 갖춘 ‘미래형 창의인재’를 양성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SW교육은 단순히 프로그램 언어를 배우는 교육이 아닌 창의적 아이디어를 SW로 구현하는 사고력 교육 전반을 말한다. 따라서 초·중등 학생에게 SW교육은 쉬운 것이고, 스스로 즐겁게 익힐 수 있고, 몰입과정에서 저절로 심화되는 교육이 돼야 한다는 원칙을 재확인했다.

정부는 2018년까지 전체 초등교사의 30%인 6만명을 대상으로 직무교육을 실시하고 이 중 6000명에게는 SW 심화연수도 실시할 예정이다. 부족한 중학교 SW교사는 시·도교육청 협의를 거쳐 연차별로 확충한다. 컴퓨터, 통신망 등 학교 인프라 실태를 하반기에 전수 조사하고, 연차별 지원 계획을 마련한다.

또 우수 SW교육 모델을 발굴하고 주변학교로 확산하기 위해 교육부의 SW교육 연구학교와 미래부의 SW교육 선도학교를 올해 말부터 양 부처가 공동으로 운영한다.

김명희기자 noprint@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