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는 이제 기름이 아니라 소프트웨어로 달린다.”
디터 제체 메르세데스-벤츠 자동차그룹 회장이 지난 2012년 열린 세계 최대 가전전시회(CES) 기조연설에서 한 말이다. 전통 산업인 자동차에 반도체를 탑재하면서 다양한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을 갖추게 됐고 나아가 차량을 제어하는 핵심 영역까지 전자 기술이 필요해지면서 SW 중요성이 커진 것을 의미한다.
자동차는 대표적인 전통 제조 산업이다. 하지만 자동차에 전기·전자·통신기술이 탑재되는 ‘전장화’ 비중이 커지면서 SW 기술력이 자동차 경쟁력에 중요한 영향을 미치는 요소가 됐다.
특히 자동차 리콜 중 에어백, 엔진이나 변속기 전자제어장치(ECU), 연료 분사장치(인젝션), 윈도 스위치나 와이퍼 오작동 등 결함은 대부분 SW 오류 때문에 발생한다. 자율주행 자동차 시대를 준비하는 지금 SW 경쟁력은 자동차 기술 발전에 더욱 큰 비중을 차지한다.
자동차에는 수십 종의 반도체가 필요하다. 2000년대 초부터 전장부품 탑재가 빨라지기 시작해 2002년 차량 원가비중의 약 20%를 차지했고 2010년에는 32%까지 확대됐다는 국내 연구결과가 있다.
자동차 전장화는 차량 내에서 다양한 정보와 엔터테인먼트 시스템을 결합한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으로 먼저 발전했다. 차 안에서 스마트폰을 블루투스로 연결해 음악을 듣거나 내비게이션으로 길 안내를 받는 등 부가적 역할을 했다.
이제 전장부품은 자동차 핵심 주행 기능과 안전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ECU를 중심으로 각 분야에 흩어져 있는 IT 장치에서 공통적으로 데이터를 수집·처리한다. 각 부품별로 사용했지만 중앙에서 ECU로 통합 제어함에 따라 오류를 최소화하고 관리 효율성을 높이기 위한 SW 성능도 중요해졌다.
자동차 전장화는 나아가 자동차 핵심 영역 전체를 IT부품으로 구성하는 전기차 시대까지 이끌었다. 운전자 판단 없이 주변 도로 인프라·자동차와 실시간으로 데이터를 주고받으며 자동차가 스스로 운전하는 자율주행 자동차 역시 전장화 기술이 최고 수준에 이른 결과물이다.
현재 자율주행 자동차는 자동차가 스스로 위험 상황을 감지해 운전자에게 경고음을 보내는 기술 수준이 상용화돼 있다. 더 나아가면 자동차가 위험상황을 스스로 예측해 자동으로 브레이크나 액셀을 밟아 운전자를 보호하는 능동적 기능까지 수행할 수 있다. 완벽한 자율주행 이전 단계로 자동차와 운전자가 필요한 상황에 따라 능동적으로 안전 운전을 할 수 있다.
친환경 자동차 역시 SW 기술이 필요하다. 연비 향상에 영향을 끼치는 것은 엔진과 변속기 제어인데 엔진 자체 효율성을 높이거나 변속 제어를 다단화해 주행 성능을 높일 수 있다. 엔진 부품 크기를 줄이고 냉각을 효율화하는 것과 자동 변속기를 다단화하는 것 모두 정보기술(IT)이 관여한다. 아주 사소한 SW 오류가 에너지 소모는 물론 안전 운행에 치명적 영향을 끼칠 수 있는 셈이다.
과학기술정책연구원은 ‘소프트웨어 활용분야별 혁신 특성 분석’ 연구에서 기압모니터링시스템(TMPS), 능동안전장치(ADAS) 등 섀시 분야는 정교한 SW 기술이 필요한데다 고부가가치 영역이라고 분석했다. 이 시장은 보쉬, 콘티넨탈 등 글로벌 1차 협력사가 주도하고 있다.
인포테인먼트를 포함한 멀티미디어 분야 역시 향후 지능형 교통시스템, 실시간 정보교환 등이 필요해져 SW가 더 중요한 역할을 차지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과학기술정책연구원은 “스마트화되는 자동차는 기존 구성 중 상당부분을 ICT 분야로 대체하고 있다”며 “칩 단위 제어나 통합 기능 제어에 SW가 필요하므로 스마트 자동차는 SW 수요와 비중, 혁신을 촉진하는 역할을 한다”고 분석했다.
배옥진기자 withok@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