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가스공사가 다음달 도시가스 요금을 전격 인상한다. 상반기 세 차례 인하를 단행했지만 환율 상승과 유가 영향으로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가스요금을 결정하는 국제유가가 최근 하락세를 보이는 것을 감안하면 엉뚱한 인상이라는 소비자 불만도 따른다. 가스공사는 국제유가와 우리나라 도시가스 가격이 연동하는데 시차가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27일 가스업계에 따르면 정부가 한국가스공사가 제출한 도시가스 요금 인상안을 승인하면 서울시 도시가스 소매요금이 9%가량 인상될 전망이다.
인상 배경은 원료비 상승이다. 가스 요금은 원료비와 공급비용으로 구성된다. 원료비는 해외에서 구매하는 원가로 ‘도시가스요금 원료비연동제 시행지침’에 따라 2개월(홀수월) 마다 도입원료비가 기준원료비 ±3%를 초과해 변동하면 조정할 수 있다.
공사는 9월 원료비가 환율과 연동 시점 유가 상승으로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공사에 따르면 최근 환율과 두바이유 현물가격이 상승했다.
최근 국제유가가 급락하는 상황을 감안하면 언뜻 이해하기 힘든 소비자 불만에 대해 공사는 액화천연가스(LNG) 도입·정산 방식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가스공사는 해외 가스전과 계약을 체결하고 20년 이상 LNG를 구매한다. LNG 가격은 국제 유가와 연동해 정산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공사는 올해 초부터 가장 많은 물량을 수입하는 예멘LNG와 가격정산을 일본 수입원유가격(JCC) 연동방식으로 전환했는데 이 때문에 국제유가가 우리나라 LNG 가격에 영향을 미치기까지 약 4개월이 소요된다. 두바이유 등락이 JCC에 반영되는데 약 3개월이 걸리고 우리나라 LNG원료비까지 반영되는데 1개월이 더 걸린다.
공사가 요금 인상을 계획하는 9월 우리나라 도시가스 요금에 영향을 미치는 국제유가는 지난 5월 당시다. 두바이유가가 1월 배럴당 45.77달러에서 5월 63.02달러로 상승했고 환율도 4월에서 8월 사이 7% 가까이 급등하면서 원료비 인상 요인이 발생했다는 게 공사 측 설명이다.
국제유가 등락을 거듭하면 우리나라 LNG요금은 연동제가 무색하게 엇박자를 보일 수 있는 구조다. 가스공사도 이 같은 요금 결정 방식 개선 필요성을 느끼면서도 쉽게 손을 대지 못하고 있다.
안태훈 가스공사 요금제도팀장은 “국제시장에서 LNG를 대규모로 수입하는 나라가 우리나라와 일본을 비롯한 일부 국가에 불과해 예전부터 유가와 시차를 두고 연동하는 가격정산 방식을 택해 고착화됐다”며 “유럽 PNG(파이프수송천연가스)처럼 유가와 별도 수급에 맞는 가격 체계 정립에 대한 필요성은 커지고 있지만 상당한 시간이 필요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유가환율 추이(자료=한국가스공사)>

최호기자 snoop@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