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정부가 25일 집권 반환점을 맞는다. 외교 안보 분야를 제외하고, 전반적인 평가는 박하다. 박 대통령 지지율도 2년 전에 비해 절반 가까이 떨어졌다. 세월호, 메르스 사태는 많은 국민을 실망시켰다. 국가위기관리능력은 낙제점에 가깝다. 하지만 집권 여당 지지율은 견고하다.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는 차기 대선 지지율 조사에서 1위다. 벌써부터 일본 자민당처럼, 새누리당 장기집권 체제가 굳어질 것이라는 시각도 등장한다. 야당은 어디로 갔나?
새정치민주연합에 대한 낮은 지지율은 다양한 함의를 가진다. 가장 큰 이유는 국민 눈높이를 맞추지 못하는 정치 행태다. 얼마 전 윤후덕 국회의원 취업청탁 논란이 대표적이다. 진위를 떠나 국민은 이미 감각적으로 느끼고 판단했다. 윤 의원이 중소기업 대표나, 서민을 위한 공익로펌에 전화를 했으면 어떠했을까. 겉으로 경제민주화와 재벌개혁을 외치면서 대기업 계열사에 전화를 하는 모습은 모순 그 자체다. 박기춘 의원이 금품수수 혐의로 구속된 사건 역시 제1 야당 이미지에 악영향을 끼쳤다.
국회의원 정수 확대 논란도 민심과 동떨어진 그들만의 리그를 반영한다. 눈과 귀를 의심케 하는 방안이었다. 여당이 아닌 야당 원내대표가 국회의원 정수를 390명으로 늘리자는 의견을 밝혔다가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새정치민주연합 공동대표이자, 2012년 대선 후보였던 안철수 의원의 의원정수 200명 공약은 어디로 갔는가.
제1 야당은 2012년 대선 패배 이후 뼈를 깎는 쇄신을 수차례 강조했다. 그렇다면 국민은 제1 야당이 이룬 혁신을 어떻게 평가할까. 정당 지지율이 이를 보여준다. 국민 눈높이에는 여전히 특권은 누리고 혁신은 부족하다. 혁신과 특권 내려놓기는 “현실을 모르는 소리”라는 현실론에 부딪혀 답보상태다.
국가 어젠다 설정기능도 매우 취약해 보인다. 대한민국이 나아갈 비전을 제시하지 못하고, 사사건건 정부 정책 발목을 잡는 정당으로 비쳐진다. 집권의지만 있지, 수권정당으로 가는 선명한 방법론도 제시하지 않는다. 공무원연금이 그랬고, 임금피크제도 마찬가지다. 여당의 장기집권 가능성이 높아지지만, 야당 내부에서는 위기의식도 보이지 않는다. 절치부심, 와신상담 흔적도 많이 찾아볼 수 없다. 지금 모습이 이어진다면 ‘덧없이 사라지는 정당’이 되기 쉽다.
새정치민주연합은 성찰이 필요하다. 국민 눈높이에 맞춰야 한다. 중산층과 서민의 가려운 곳을 긁어줘야 한다. 국민이 행복해야 새정치민주연합이 성공한다. 국민을 만족시켜야 집권할 수 있다.
방법은 뭔가. 위기를 기회로 만들어야 한다. 위기를 모르는 것이 가장 큰 위기다. 혁신과제로 불리는 국회의원 정원축소, 특권폐지에 앞장서야 한다. 현행 300명을 200명으로 줄이는 솔선수범을 보여야 한다. 혁신은 고통을 수반한다. 오픈프라이머리 같은 직접 민주주주 강화도 고려 대상이다.
문재인 대표도 마음의 문을 열어야 한다. 그래야만 청와대 문을 열 수 있다. 혁신하려면 위험을 감수해야 한다. 개혁과 혁신은 항상 현실론이라는 장벽에 부딪힌다. 머물러 있는 것은 가장 위험하다. 그것이 노무현 전 대통령이 문재인 대표에게 남긴 정치적 유산이 아니겠는가.
김원석 글로벌뉴스부 부장 stone201@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