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핵심 경쟁력은 ‘테크노크라트’다.
중국은 개혁개방 20년 동안 테크노크라트 전성시대를 열었다. 중국 고속성장을 이끌었던 장쩌민(江澤民)과 후진타오(胡錦濤) 전 주석은 대표적인 테크노크라트 출신이다. 장쩌민은 상하이 자오퉁대학에서 전기공학을 전공했고 후진타오는 칭화대학 수리공정학과를 나왔다. 시진핑 주석도 이공계 출신이다. 지난 1979년 칭화대 공정화학과를 졸업했다.
중국 최고지도자는 과학기술만이 경제 발전의 유일한 길이라는 가치관을 가지고 있었다. 과학기술은 곧 생산력과 직결된다. 중국이 사회주의 후진국에서 세계의 공장, 과학기술 강대국으로 거듭날 수 있었던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이들이 보기에 과학기술을 잘 알고 있는 테크노크라트는 ‘준비된 자’였다. 여기에 테크노크라트는 공학적 합리성을 가지고 있다는 장점을 갖추고 있다. 의자에 앉아 길고 긴 논쟁을 벌이기보다는 주어진 목표에 맞춰 논리적으로 최대한 현실적이고 효율적인 정책을 만들 수 있었다. 빠르게 경제를 건설해야 하는 상황에서 적합한 해법을 찾은 셈이다.
이에 이들은 공산당 요직 곳곳에 테크노크라트를 배치했다. 원자바오 국무원 총리, 우방궈 전인대 상무위원장을 비롯한 정치국 상무위원 전원이 이공계 전공 테크노크라트일 때도 있었다. 일명 ‘테크노크라트’ 시대였다.
시진핑 주석이 등장한 뒤 테크노크라트는 다소 주춤할 것으로 예상됐다. 경제가 빠르게 성장한 대신 빈부격차 등 사회적 문제가 발생했고 개혁개방으로 인한 부작용이 커졌기 때문이었다. 오랫동안 문제로 지적됐던 당 관료들 부패 문제도 입방아에 오르내렸다. 이에 시진핑 주석은 경제 심화 개혁, 법치, 반부패 등으로 사회 전반을 개혁하기를 원했다. 인문, 사회 분야 전문가가 오를 것이라 예상됐다.
결과는 테크노크라트 승리였다. 개혁 또한 테크노크라트들이 적합하다고 여긴 셈이다. 시 주석은 “개혁을 원하고, 개혁을 계획할 줄 알고, 개혁을 잘 수행할 수 있는 인물을 중용하겠다”는 원칙을 세웠다.
시 주석은 집권 2기(2018~2023년)에도 테크노크라트를 대거 기용했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올해 중앙 및 지방 정부에서 고위직에 오른 주요 인물 33명 중 테크노크라트와 칭화대 출신 교수 등 학계 출신이 11명에 달했다.
최근 ‘스모그와 대전쟁’을 벌이고 있는 천지닝 환경보호부 부장(장관·사진)이 대표적이다. 천지닝 부장은 칭화대에서 환경공학을 공부하고 영국에서 박사학위를 취득한 중국 최고 환경 전문가로 꼽힌다. 그는 올 초 환경보호부 부장으로 임명됐다.
김주연기자 pillar@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