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변에서 온몸이 쑤시고 아프다는 사람을 흔히 볼 수 있다. 일부는 몸 곳곳에서 통증이 발생하는 만성질환인 섬유근육통을 앓는 사람이다.
섬유근육통 환자는 전신에 통증이 3개월 이상 지속되고 일상생활이 힘들 정도로 피곤해 한다. 기억력과 집중력에 계속 장애가 발생하거나 위장장애, 가슴통증 등 증상으로 이어지는 경우도 있다. 일부 환자는 통증에 대해 극심한 공포감을 동반하는 우울증, 인지장애, 자율신경기능장애 등을 호소하기도 한다. 아직 섬유근육통의 원인이 정확히 무엇인지 밝혀지지 않았다. 때문에 섬유근육통이 꾀병으로 오해받는 경우도 있다.
한국한의학연구원(원장 이혜정) 임상연구부 김지은 박사팀은 하버드 의대 비탈리 나파도우 교수팀과 공동연구를 통해 정상인과 섬유근육통 환자 사이에 뇌 신경망에 차이가 있다는 사실을 기능적 뇌 영상기법(functional MRI)을 통해 밝혀냈다.
연구팀은 통증이 없는 성인 14명(정상군)과 섬유근육통 환자 35명(실험군)을 대상으로 fMRI 영상으로 뇌의 기능적 연결망 차이를 비교 분석했다.
먼저 인체에 통증이 발생했을 때 통증을 자각하고, 정보를 뇌에서 일차적으로 처리하는 영역인 일차체성감각피질을 분석했다.
정상군은 외부로부터 통증이 가해진 환경에서 일차체성감각피질 간의 연결 상태가 감소했다. 반면 섬유근육통 환자는 외부로부터 자극이 없는 안정 상태임에도 불구하고 전반적인 일차체성감각피질 간의 연결 상태가 감소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정상인에게 통증이 유발됐을 때 뇌에 특이적으로 나타나는 기능적 연결 상태가 섬유근육통 환자의 안정 상태에서 관찰된 것이다. 이유는 섬유근육통 환자의 주된 증상인 만성 전신성 통증 때문으로 해석된다.
연구팀은 또 섬유근육통 환자가 대표적으로 느끼는 통증인 근육통을 실험군에게 유발한 후 통증 자각과 함께 통증의 감정적 부분을 처리하는 뇌 영역인 앞뇌섬 피질을 분석했다.
분석 결과 섬유근육통 환자는 일차체성감각피질과 앞뇌섬 피질 사이에 기능적 연결망 연결 상태가 통계적 유의한 수준으로 증가한 것으로 관찰됐다. 섬유근육통 환자 통증 정도와 통증 공포감이 클수록 섬유근육통 환자 일차체성감각피질과 앞뇌섬 피질 사이에 기능적 연결망 연결 정도가 크게 나타났다.
김지은 한의학연 박사는 “섬유근육통은 우리나라 인구의 2~4%에게서 나타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면서 “이번 결과를 바탕으로 섬유근육통 환자의 변화된 뇌 기능적 연결 상태를 정상으로 되돌리는 방법을 통해 섬유근육통을 치료할 수 있는 길이 열릴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혔다.
연구결과는 류마티스 분야 국제학술지 ‘미국 류마티스학회지(Arthritis and Rheumatism)’에 게재됐다.
이번 연구는 공동연구팀이 침 치료효과를 규명하기 위한 국제공동연구의 선행 연구에서 나왔다. 공동연구팀은 앞으로 뇌신경 영상을 활용해 침 치료효과 유효성과 안전성을 검증하고 치료기전을 밝힐 예정이다.
※ 일차체성감각피질(functional brain connectivity) : 대뇌에 있는 영역으로 온몸에서 감각 자극을 일차적으로 처리해 다음 단계로 전달하는 역할을 한다.
※ 앞뇌섬 피질(anterior insula) : 뇌 측두엽에 위치한 삼각형 형태의 뇌 부분 중 앞쪽 영역으로 다양한 감정과 관계한 기능을 담당하며, 통증자각 및 자율신경 조절에 관여한다.
권건호기자 wingh1@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