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칭화그룹이 미국 IT업계에 잇따라 구애의 손길을 내밀고 있다. 이번엔 지주회사 칭화홀딩스 의장이 직접 나서 페이스북·마이크로소프트와 협력을 희망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12일 보도했다.
쑤 징홍 칭화홀딩스(Tsinghua Holdings) 의장은 최근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회사가 페이스북과 마이크로소프트에서 온 대표단과 만남을 가졌다”며 “구체적 협력에 대한 논의는 없었고 사전 미팅 수준”이라고 밝혔다.
칭화홀딩스는 미국 메모리반도체 제조사 마이크론을 인수하겠다고 밝혔던 칭화유니그룹(Tsinghua Unigroup) 모회사이자 칭화그룹 지주사다. 중국 국영 칭화대학 연구 및 투자를 전담하고 있다. 칭화대학 동문 네트워크를 통해 베이징 고위 정부 관리와 긴밀한 관계도 맺고 있다.
이 회사는 최근 미국 기업이 중국 사업에서 고전하는 가운데 정치적 영향력을 바탕으로 실리콘밸리 업체에 관심을 보이며 주목받고 있다. 미국 IT기업은 2013년 에드워드 스노든 사건 이후 중국 정부로부터 ‘스파이’라는 의심을 받아왔다.
인텔은 지난해 9월 칭화홀딩스 최첨단 사업부인 칭화유니그룹 지분을 인수한 바 있다. 15억달러를 출자해 지분 20%를 가져갔다. 지난 5월에는 휴렛팩커드(HP) 중국 서버, 네트워킹 사업 부문인 H3C테크놀로지 지분 51%를 칭화유니그룹이 사들이기도 했다. 칭화유니그룹은 현재 미국 마이크론 인수를 위해 노력 중이다.
마이크로소프트는 논평을 거부했다. 페이스북은 논평 요청에 즉시 응답하지 않은 상태다.
트라비스 칼라닉 차량 공유 업체 우버테크놀로지(Uber Technology) 최고경영자 또한 지난 6월 칭화유니그룹을 방문했다. 우버 측은 칭화와의 협력에 대해선 답변하지 않았다.
쑤 징홍 칭화홀딩스 의장은 “칭화유니그룹이 지난 2013년 중국 반도체 업체 스프레드트럼과 RDA마이크로일렉트로닉스를 연이어 인수하며 중국 최대 반도체 제조사로 거듭난 뒤부터 실리콘밸리 IT업계를 눈여겨 지켜봐왔다”며 “10여년 전에는 미국 경영진과 회의를 할 수조차 없는 환경이었다”고 회상했다.
그는 “좋은 파트너십을 구축하기 위해선 먼저 스스로부터 강해져야 한다”며 “만약 강하지 않다면 누구도 당신과 협력하려하지 않을 것”이라 말했다.
페이스북은 중국에서 사용이 금지된 상태다. 하지만 최근 인터넷 사용자가 가장 많은 이 시장에 다시 진입할 길을 모색하고 있다. 마크 주커버그 페이스북 CEO는 지난 10월 중국 칭화대에서 질의응답 세션을 가진 바 있다.
김주연기자 pillar@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