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정위원회가 제안한 ‘공익법인’ 설립을 놓고 반올림과 삼성전자가 찬반 의견이 엇갈린 가운데 황상기 반올림 유족대표가 보상 범위·규모 문제를 추가로 제기했다. 3자간 의견 조정을 한 주 앞두고 의견 대립이 커지는 모습이다.
반올림 유족대표 황상기(고 황유미씨 부친)씨와 김시녀(투병 중인 한혜경씨 모친)씨는 조정위원회가 권고한 보상안 규모와 범위가 적다고 지적했다. 반올림은 조정위에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수정 의견안을 제출한 상태다.
반올림 측은 “황상기·김시녀 씨가 지적한 것은 조정위 권고안에 담긴 보상 규모와 범위가 너무 적어 보상을 받지 못하는 사람이 많다는 의미”라며 “무엇보다 피해자가 향후 어떤 일도 할 수 없을 정도로 노동력을 상실한 데 따른 보상을 포함하지 않아 문제”라고 설명했다.
일상생활로 복귀할 수 없을 만큼 질병 후유증이 심각한 피해자는 일정 수준 생활비가 지속적으로 필요하다. 하지만 보상안에 노동력 상실에 따른 보상이 포함되지 않아 기초생활수급자로 살아야 한다는 것이다.
폐암과 갑상선암 등을 포함한 ‘모든 암’을 포함하지 않은 것도 지적했다. 폐암이 노동 환경에 따라 발생하기 쉽고 갑상선암은 지나친 방사선 노출이 원인 중 하나로 꼽히는 만큼 보상 범위에 포함돼야 한다는 주장이다. 집단 발병자가 발생한 뒤 항목에 추가하기보다 미리 대상 질병으로 지정해 예방책을 마련하는 활동을 펼쳐야 한다는 입장이다.
반올림 측은 “지금까지 피해자는 물론이고 앞으로 발생할 피해자를 보상하고 피해 규모를 줄이도록 여러 예방 대책을 만들어 실천해야 하는데 권고안에서 이런 내용이 부족해 황상기 유족대표가 상당히 안타까워했다”고 설명했다.
삼성전자는 권고안을 대부분 수용하되 보상 범위는 일부 축소하겠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보상 대상자와 질환 범위는 조정위 권고를 대부분 수용하지만 생식질환(2군), 광범위한 질환, 개념이 불분명한 질환 등은 외부 전문가 판단을 구하겠다는 입장이다. 반올림과 지속적으로 합의하지 못한 부분이다.
조정위는 이달 17~21일 각 교섭 주체와 개별 회의를 열고 의견을 조율할 예정이다. 황상기 씨가 “삼성은 피해자 노동력 상실분을 충분히 반영한 협상안을 마련해 피해자와 직접 대화에 임하기 바란다”고 밝혔지만 조정위를 배제하고 삼성과 직접 협상하겠다는 의도는 아니라는 설명이다.
빠른 보상을 원하는 교섭 주체 바람과 달리 실제 합의점을 도출하기까지 쉽지 않을 전망이다. 권고안이 나왔지만 보상 범위와 규모를 놓고 의견차를 크게 좁히지 못했기 때문이다. 공익법인 설립에 대한 의견 대립도 팽팽한 상황이다.
이날 삼성직업별가족대책위원회는 추가 조정일정을 9월 말까지 보류하고 삼성전자와 직접 협상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조정위 권고안에 대한 삼성전자 입장에 대해서는 긍정적으로 평가한다고도 덧붙였다. 가족위는 “9월 말을 1차 시한으로 삼성전자와 당사자 협상을 마무리하고자 노력할 것”이라며 조정위에 조정기일 지정 보류를 요청했다.
이 같은 입장은 지난달 23일 조정위가 내놓은 ‘1000억원 규모 공익법인 설립’에 대해 “공익법인 설립은 아직도 많은 세월을 기다리라는 뜻”이라며 이의를 제기한 데 따른 것이다.
배옥진기자 withok@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