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에 공포를 불러왔던 중동호흡기증후군(MERS). 증상이 치명적이기도 하지만, 백신과 치료약이 없다는 점이 더 두려움을 갖게 했다. 확진환자가 186명 발생했고 36명이 사망하며 상처도 크게 남겼다. 무엇보다 신종 감염병이 남의 일이 아니라 언제든 우리에게도 닥칠 수 있는 일이라는 점을 깨우쳐 줬다. 메르스 사태를 계기로 국내에서도 감염병 연구에 예산을 배정하는 등 변화 조짐이 나타난다.
한 달 가까이 새 환자가 발생하지 않으면서 사실상 메르스 사태는 종식됐다. 하지만 언제든 다시 우리에게 닥쳐올 수 있다는 점에서 안심할 수 없다. 하지만 최근 미국에서 메르스 백신과 치료제에 대한 동물 실험에 잇달아 성공하며 메르스 치료의 새 장이 열릴 것으로 기대된다.
지난주 미국 국립보건연구원(NIH) 산하 알레르기 및 전염병 연구소는 새로 개발한 메르스 백신을 실험용 생쥐에 투여해 메르스 바이러스를 무력화하는 항체를 만들었다고 밝혔다.
생쥐 실험에서 여러 종류 메르스 바이러스 항체를 형성했다.
연구팀은 백신으로 원숭이 실험도 진행했다. 원숭이 총 18마리를 대상으로 12마리에는 백신을 투여하고, 6마리는 백신을 주지 않은 채 메르스 바이러스에 노출시켰다. 바이러스 노출 19주 후에도 실험 대상 원숭이가 항체를 생성하지 못했다. 하지만 백신을 투여한 원숭이는 백신 없이 바이러스에 노출된 원숭이와 달리 폐렴 등 심각한 폐감염 증상이 나타나지 않았다.
연구팀은 이번에 개발한 실험용 메르스 백신이 동물 실험에서 의미 있는 결과를 냈고, 인체에서도 메르스 항체를 생성할 수 있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연구팀은 사람을 대상으로 한 임상실험을 준비하고 있다.
이번 연구결과는 국제학술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스(Nature Communications)’에 게재됐다.
앞서 다른 미국 연구팀은 메르스 치료제 동물실험 성과를 발표했다.
미국 메릴랜드대 의대와 바이오기업 리제네론 파마수티컬스 공동 연구팀은 항체 치료제를 개발하고 생쥐 실험을 통해 효과를 입증했다.
연구팀은 메르스에 걸리도록 생쥐 유전자를 변형하고, 개발한 항체 치료제를 투입했다. 실험 결과 이 항체가 바이러스 차단 효과를 나타내는 것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연구팀은 개발한 항체가 메르스 코로나 바이러스 단백질과 잘 결합하는 성질이 있어 바이러스를 효과적으로 무력화했다고 설명했다. 항체를 미리 투여한 생쥐는 메르스에 감염되지 않아 예방 효과도 있는 것으로 보인다.
쥐를 대상으로 한 실험이긴 하지만 인간에게도 유사한 효과를 거둘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실험에 사용한 쥐들의 유전자 일부를 인간과 유사한 성질을 지니도록 조작했기 때문이다.
물론 쥐를 대상으로 한 실험결과를 사람에게 적용하려면 여러 단계 정밀한 임상시험을 거쳐야 하는 만큼 상용화까지는 다소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권건호기자 wingh1@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