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과학뉴스]우주에서도 식물 키운다

지난 10일 미국 항공우주국(NASA)은 홈페이지를 통해 국제우주정거장(ISS)에 있는 우주인들이 상추를 먹는 장면을 생중계했다. 미국인 첼 린드그린과 스콧 켈리, 일본인 유이 기미야 3명의 우주인은 발사믹 식초와 올리브오일을 넣은 상추 샐러드를 먹으며 “맛있다” “훌륭하다”를 연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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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인이 먹은 상추는 특별하다. 지구가 아닌 우주 공간에 있는 ISS에서 재배했기 때문이다. 우주는 지구와 환경 차이가 크다. 우주 어느 곳에 있느냐에 따라 지구와 중력 차이가 크고 대기량에 따라 방사능 수치도 큰 차이가 있다. 온도와 습도도 전혀 다르다. 공기 구성 성분도 다르다.

상추를 재배한 ISS는 지구와 비교하면 중력이 아주 약하고 태양 빛도 직접 볼 수 없는 제약 요인이 있다.

NASA는 우주인이 장기 임무를 수행하는 과정에서 필요한 식량을 자급자족하는 방안의 일환으로 ‘베그1(Veg-1)’이라는 실험에 착수했다. ISS에 일종의 수경재배시설인 ‘베지(Veggie)’라는 재배장치를 설치하고 지구에서 상추 씨앗을 보내 재배하는 방식이다. 태양광은 빨강과 파랑, 녹색의 LED가 대신한다.

첫 실험은 지난해 4월 적상추씨와 재배장치를 ISS로 보내면서 시작됐다. 적상추가 첫 우주 재배 식물이 된 것은 성장이 빠르면서 맛이 좋고 세균도 적은 특성 때문이다.

한 달 만에 상추 재배에 성공했고 같은 해 10월 적상추를 지구로 보내 독성과 유해물질 함유 여부 등을 정밀 조사했다. 검사 결과 우주에서 재배한 상추도 안전하다는 결론이 나왔다.

첫 실험에 성공한 이후 지난달 8일부터 새 상추 재배에 들어갔다. 우주인들은 33일간 상추를 재배한 뒤 수확해 지난 10일 상추 만찬을 즐겼다.

NASA는 “우주 공간에서 자급자족과 관련한 중요한 진전을 이뤄냈다”면서 “우주에서 작물을 재배하는 것은 우주인 감성에 도움이 되며 우주 방사선 영향을 줄이는 장점도 있다”고 설명했다.

우주 공간에서의 식물재배 성공으로 향후 화성 유인탐사 등을 추진할 때 장기간 우주에 머물면서 식량을 공급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

현재 ISS에 식량을 보내려면 엄청난 비용이 든다. 무게가 중요하기 때문에 대부분 냉동건조해 가볍게 만든 식품을 보낸다. 하지만 우주에서 이런 음식만 먹으면서 오랜 기간 지내기는 쉽지 않다. 특히 화성처럼 왕복하는 데만 1년 반 이상 걸리는 곳을 가기 위해 많은 우주선에 1년 반치 음식을 싣고 떠나는 것은 불가능하다. 때문에 우주 공간에서의 식량 자급 가능성을 연 것만으로도 우주탐사에 새로운 전기를 마련했다는 평가다.

NASA는 이날 공식 트위터에 닐 암스트롱이 달 착륙 후 남긴 “한 인간에겐 작은 발걸음, 인류에겐 거대한 도약”을 패러디해 “한 인간에겐 작은 한 입, 인류에게는 거대한 잎사귀(One small bite for a man, one giant leaf for mankind)”라고 멘션을 남겼다.


권건호기자 wingh1@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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