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기업과 기관은 데이터 기반 신규 비즈니스 창출에 어려움이 많다. 빅데이터 시대에도 불구하고 확보한 데이터를 관리 대상으로만 인식한 결과다. 글로벌 기업이 다양한 데이터를 활용해 신규 상품과 서비스 등 사업영역을 확대한 것과 상반된다. 마케팅 역량을 뒷받침하고 사업성과를 극대화하는 데이터 활용 전략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22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 기업 데이터 활용도가 글로벌 기업에 비해 뒤처진다는 평가다. 기준정보(마스터 데이터)가 대표적이다. 고객과 제품 정보를 일관성 있게 통합하며 업무 효율화를 모색하는 마스터데이터관리(MDM)는 지난 2000년 중반 국내 시장에 적극 도입됐다.
대기업 중심으로 도입된 MDM 솔루션으로 협력·관계사도 MDM 구축을 서둘렀다. 국내 한 그룹은 금융·의료·유통 계열사사에서 마스터 데이터 통합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국내 MDM은 데이터 통합에만 집중한 나머지 마케팅 연계 등 사업적 활용은 외면했다. 전사 데이터 표준화로 운영 효율화는 높였지만 새로운 가치 창출까지 확장하지 못했다. 김대준 인포매티카 아시아태평양·일본 마스터데이터솔루션 스페셜리스트팀 전무는 “국내 시장은 데이터 통합에만 활용하는 경향이 크지만 해외에서는 MDM으로 고객관계관리(CRM) 등에 활용한 사례가 많다”며 “신규 상품과 서비스 개발에도 MDM을 적용한다”고 설명했다.
글로벌 시장에서 보험 사업을 하고 있는 M사는 MDM을 마케팅과 연계해 시너지 효과를 냈다. 예를 들어 A라는 고객 마스터 데이터가 있다면 고객 요구를 MDM으로 확인할 수 있다. 고객 인적 사항과 기존 소비 이력 등을 파악해 중복된 서비스를 없앤다. 고객이 필요한 신규 서비스를 맞춤식으로 제공할 수 있다. 일종의 통합고객관계(TCR) 관리다.
김 전무는 “고객 마스터 데이터에서 충성고객 정보를 만들고 고객을 단계별로 분류해 맞춤형 마케팅을 할 수 있다”며 “고객 비즈니스 요구에 기반을 둔 데이터 모델링을 적용한 결과”라고 말했다. 해외 한 에너지 회사는 고객 마스터 데이터로 이동통신사와 같은 상품을 개발해 가스·전기를 필요한 만큼 공급하는 사업도 펼친다.
빅데이터도 비슷한 상황이다. 업계에서는 빅데이터 중요성을 인식하지만 새로운 부가가치를 만드는 데 의문을 가진다. 글로벌 벤더 중심으로 많은 빅데이터 솔루션을 공급하지만 시장 수요는 미적지근한 이유다.
한 빅데이터 솔루션 공급업체 대표는 “국내 빅데이터 시장이 활성화되지 못한 배경에는 사업 성과로 연결한 성공 모델을 찾지 못한 것도 있다”며 “빅데이터는 있지만 시장에서 무엇을 얻을 수 있는지 모르는 때가 많다”고 말했다. 빅데이터 활용이 안 된 만큼 시장 확대도 더디다.
전문가는 데이터를 보는 인식을 전환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데이터를 수집과 관리 대상이 아닌 서비스 측면에서 접근해야 한다는 의견이다. 데이터 분석에만 그치지 말고 활용을 염두에 둔 데이터 관리가 필요하다.
김옥기 엔코아 데이터서비스 센터장은 22일 열린 ‘산업혁명 4.0:데이터 경제와 데이터 과학’ 세미나에서 “빅데이터 활용 문제 대부분은 활용 가능한 데이터 선택과 활용 과정 비용이 높다는 것”이라며 “국내도 데이터 통합과 가공을 용이하도록 하는 비즈니스 데이터 서비스나 데이터 중심 경영 컨설팅 시장이 형성돼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권동준기자 djkw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