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흥 시장 자동차 판매 부진 장기화…현대·기아차, `유연성`에 사활 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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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흥 시장 자동차 판매 부진이 장기화 조짐을 보이면서 글로벌 완성차 업체 대응 전략에 관심이 쏠렸다. 신흥 시장 판매 부진은 경기 침체, 통화가치 하락, 정치 불안 등 복합 요인이 작용한다. 문제는 이 같은 판매 부진이 단기적인 현상이 아니라, 장기화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공급 과잉 우려와 가격 경쟁 심화 등에 대응하기 위한 비상 경영 체제가 예상됐다. 상대적으로 신흥 시장 비중이 높은 현대·기아차도 지역별 생산·판매 계획을 유연하게 가져가야 한다는 지적이다.

21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브릭스(BRICs)·아세안·남미·동유럽 등 주요 신흥 시장 자동차 판매 부진이 장기화하고 있다. 신흥 시장은 글로벌 경제 위기 이후 자동차 산업 성장세를 견인해 왔다는 점에서 주요 글로벌 완성차 업계 위협요인으로 급부상했다.

러시아와 브라질 자동차 판매는 최근 2년 새 역성장을 지속하며 부진이 심화됐다. 러시아와 브라질은 경기 침체, 통화 가치 하락으로 구매력이 떨어진데다 정치 불안까지 겹쳐 단기간에 회복되기는 힘들다. 상대적으로 견고한 성장세를 보였던 중국도 성장률이 지속적으로 낮아지고 있다. 중국은 최근 3개월간 신차 판매가 감소했다. BRICs 4개국 중에서는 인도만 유일하게 지난해 성장세로 전환에 성공했다. 하지만 아세안, 남미, 동유럽 판매 감소세가 심상치 않다. 지난해 남미와 동유럽 신차 판매는 각각 19%, 22% 급감했다.

이상우 한국자동차산업연구소 주임연구원은 “2013년부터 신흥 시장 자동차 판매 부진이 확산되고 있다”며 “신흥 시장 판매 비중이 높은 글로벌 완성차 업체가 비상 경영 체제로 대응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가장 큰 우려는 공급 과잉 가능성과 그에 따른 가격 경쟁 심화다. 2008년 금융 위기 이후 글로벌 자동차 생산 능력 확대 경쟁은 신흥 시장을 중심으로 펼쳐졌다. 최근 3년새 중국, 러시아, 브라질 자동차 생산 능력은 861만대나 급증했다. 판매 부진은 곧 가동률 하락으로 이어지고 그에 따른 가격 경쟁은 필연적인 수순이다.

신흥 시장 판매 부진을 미국, 서유럽 등 상대적으로 양호한 선진 시장에서 만회하기 위한 업체 간 과열 경쟁도 예상된다. 풍선효과다.

중국 4, 5공장 착공에 이어 미국 2공장 증설 논의가 오가고 있는 현대·기아차 해외 증설 전략도 ‘숨고르기’가 불가피하다는 지적이다. 원가 절감을 위한 부품 현지 조달 확대, 지역별 특화 모델 생산을 탄력적으로 할 수 있는 생산 유연성 확대도 필요하다.

이성신 비엠알컨설팅 대표는 “신흥 시장 성장세 둔화로 현대·기아차가 선진 시장에서 점유율을 높여야 할 당위성도 커졌다”면서도 “중장기적으로 무리한 증설 투자보다는 원가 절감과 지역 특화 모델을 유연하게 생산할 수 있는 체제를 갖추는 것이 당면한 과제”라고 말했다.

<(자료:한국자동차산업연구소)>

(자료:한국자동차산업연구소)

양종석기자 jsya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