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 수첩]공공 망분리 사업, 보안·예산 둘다 잃었다

임베디드 운용체계(OS)가 있다. 마이크로소프트(MS) 윈도XP·윈도7 등 일반 OS에 익숙한 우리에겐 낯선 소프트웨어(SW)다. 그러나 현금자동인출기(ATM)처럼 특정한 목적으로 움직이는 많은 기기에 탑재된다. 일반 사용자환경(UI)과 차이가 있지만 엄연히 컴퓨터를 작동시키는 OS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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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베디드 OS에서 다른 프로그램을 설치해 사용하기는 쉽지 않다. 사용자 편의성보다 특수 목적에 맞춰 움직이기 때문이다. 인터넷 전용 PC도 마찬가지다. 인터넷 망 접속이 목적이라 다른 SW를 설치·사용하기 힘들다. MS에 따르면 이는 OS 라이선스 정책 위반이기도 하다. 불법 사용이라는 의미다.

일반 사용자에게는 임베디드 OS보다 일반 OS를 설치하는 것이 편하다. 그러나 일반 OS 사용이 허락되지 않은 곳이 있다. 바로 망분리 사업이다. 행정자치부와 국가정보원이 만든 국가기관 망분리 가이드에 따르면 문서 작성과 편집, 인트라넷 등 업무는 업무용 PC에서만 이용해야 한다. 물리적 망분리 사업으로 도입한 인터넷 전용 PC에서는 여타 프로그램을 설치, 사용해서는 안 된다. 인터넷 전용PC로 업무를 보는 것도 망분리 원칙에 위배된다.

그러나 최근 조달청에 올라온 망분리 사업이나 인터넷 전용 PC 도입 사업을 보면 경악을 금치 못한다. 인터넷 전용 PC 규격에 버젓이 일반 OS인 윈도7프로가 명시돼 있다. 많은 공공기관이 물리적 망분리 원칙을 무시한 셈이다. 공공기관 정보기술(IT) 담당자에게 의문을 제기해도 “업무하는데 불편함이 있다”는 대답뿐이다. 임베디드 OS 존재 자체를 모르는 담당자도 허다했다. 망분리 가이드라인 적용 현장에서는 원칙도 의지도 찾을 수 없었다.

보안 정책 위반만 문제가 아니다. 임베디드 OS는 보통 일반 OS보다 저렴한 가격으로 공급된다. 한 라이선스 당 3만~8만원 차이가 난다. 망분리 사업에 도입되는 PC가 많게는 수천대에 이른다는 점을 감안하면 예산 낭비가 심각하다. 결국 인터넷 전용 PC에 일반 OS가 깔리는 것은 국민 세금 낭비로 이어진다. 보안성과 예산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놓쳐버린 공공기관 망분리 사업 점검이 시급하다.


권동준기자 djkwon@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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