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최대 디스플레이 업체 BOE가 차세대 디스플레이 공정 기술 확보를 위해 국내 주요 장비 업체에 적극적으로 기술 협력 ‘러브콜’을 보내고 있다. 일부 업체에 합작사 설립은 물론이고 인수합병도 제의했다. BOE와 손을 잡으면 중국 최대 수요처를 확보할 수 있지만 기술 유출 등에 대한 우려도 높다.
최근 중국 BOE 계열사 ‘시니화’는 국내 주요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장비 업체를 대상으로 파트너 찾기에 나섰다. 시니화로부터 구애를 받은 곳은 원익IPS, 에스티아이(STI), AP시스템 등 국내 주요 OLED 증착장비 업체다. 이들 외에 검사 장비 등 소규모 업체도 포함돼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가운데 에스티아이는 진척이 많이 이뤄져 올 하반기 BOE와 협력을 시작한다. 이 회사는 기술 협력보다는 장비 구매와 유통 협력사로 시니화와 손을 잡았다.
업계 관계자는 “BOE에 장비를 납품하기 위해선 반드시 계열사를 거쳐야 하는 만큼 그러한 차원의 협력관계로 풀이된다”고 말했다.
에스티아이는 합작법인 설립 등은 하지 않는 것으로 가닥을 잡았다. 원익IPS와 AP시스템 등도 시니화 요구에 심사숙고하고 있다. 하지만 아직까지 진척된 내용은 없다.
제안을 받은 장비업체 대부분이 국내 삼성디스플레이와 LG디스플레이에 장비를 공급하는 핵심 협력사라 결정하기가 쉽지 않는 구조라는 게 업계 관계자 설명이다.
BOE와 협력을 놓고 국내 장비 업계 의견은 엇갈린다. 새로운 시장 창출 기회로 활용할 수 있다는 긍정적 입장과 기술 사냥 먹잇감으로 이용만 당하다가 버려질 가능성이 높다는 회의적인 입장으로 상반된다.
현재 디스플레이 장비 수요는 중국이 90%일 정도로 압도적으로 많다. 유일한 수요처인 중국에서 안정적인 판로를 확보한다면 매출 신장을 통해 새로운 장비 개발에 매진할 수 있는 여력을 확보할 수 있다.
업계 관계자는 “가만히 있는다고 해서 기술을 보호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며 “BOE 수주를 위해 일본 장비 업계와 사활을 걸고 싸워야 하는 상황에서 이들과 협력은 분명히 기회가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시니화는 BOE가 장비 국산화를 위해 별도로 설립한 회사다. 국내 장비 업체가 독점하다시피 하고 있는 OLED CVD(증착) 분야 기술 확보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초기엔 단순 장비 유통만 이뤄지겠지만 향후에는 기술 이전 등을 요구할 가능성이 매우 크다”며 “어쩌면 호랑이 새끼를 키운 꼴이 될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이신두 서울대 교수는 “거대 시장을 갖춘 중국과 적대적인 관계를 맺기보다는 상생할 수 있는 전략이 필요하다”며 “일부분 기술 협력 등을 통해 줄 건 주고 챙길 건 챙기면서 실속 있는 협력 관계를 모색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성현희기자 sunghh@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