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을 박차고 나온 인재가 대기업 직원에게 ‘하드웨어 창업’을 하면서 얻은 지식과 경험을 전달했다. 제2의 ‘네스트’를 꿈꾸는 하드웨어 스타트업(초기기업) 비트파인더 노범준 대표 이야기다.
비트파인더는 미국 실리콘밸리에 본사를 둔 스타트업으로 미국 최대 테크 콘퍼런스인 ‘코드콘퍼런스’에서 미국 최고 테크 구루인 월터 모스버그와 나란히 무대에 오르며 주목받았다.
노 대표는 지난주 한국에서 삼성전자 C랩 직원을 대상으로 강연에 나섰다. 삼성전자 C랩은 사내 창의개발 조직으로 임직원 혁신 아이디어 사업화를 돕는다. 노 대표 역시 창업 이전에 보잉과 삼성전자, 시스코 사내벤처를 거친 바 있다. 그는 실리콘밸리의 다양한 하드웨어 창업 트렌드와 자신의 노하우를 이야기했다.
노 대표는 “미국은 지금 하드웨어 르네상스라고 불릴 정도로 하드웨어 창업이 활발하다”며 “하드웨어는 소프트웨어에 비해 돈이 많이 들고 어렵지만 대기업이 못하는 특정 영역에 빠르게 대응할 수 있는 제품도 있다”고 말했다.
노 대표는 2013년 말 다른 두 명의 공동창업자와 함께 비트파인더를 설립했다. 각각 기계, 컴퓨터, 디자인 전문가가 뭉쳤다. 그는 딸의 아토피를 치료하기 위해 실내 상태를 측정할 수 있는 제품에서 개발 아이디어를 얻었다.
비트파인더가 공개한 어웨어는 내부 센서를 통해 실내 온도, 습도, 이산화탄소, 미세먼지, 화학물질 등을 측정하고 사용자는 모바일 앱에서 측정된 정보를 확인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실내 공기 오염 정도에 따라 창문을 열라고 주문할 수 있고 연결된 가전기기를 자동으로 작동할 수도 있다. 사물인터넷 기술을 이용해 스마트공조 환경을 구축하는 것이다. 우선 병원, 호텔, 산후조리원 등과 파트너십을 준비하고 있다.
노 대표는 하드웨어 개발은 단순히 기술력만 가지고 하는 것이 아니라 마케팅, 디자인, 문화가 모두 접목된 사업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공동창업자 중 아이디오(IDEO) 출신의 김보성씨는 디자인 전문가로서 특별히 영입했다”며 “디자인은 절대 외주를 줘서는 안 된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전 직원이 9명인 스타트업이지만 소비자가 제품을 더욱 친숙하게 느낄 수 있도록 마케팅, 심리학, 작가 등 다양한 분야의 인재를 확보하는 데 심혈을 기울였다.
비트파인더는 코드콘퍼런스 이후 미국 최고의 병원 중 하나인 ‘메이요 클리닉(Mayo Clinic)’과 제휴를 맺고 어웨어를 기반으로 실내 환경을 테스트하고 있다. 메이요는 미국에서도 가장 혁신적인 병원으로 자체 연구개발을 진행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노 대표는 “한국은 기술이 뛰어난 사람이 많으며, 기기 양산이나 소프트웨어 개발은 한국에서 할 계획”이라며 “지금은 복잡한 기능을 갖췄지만 좀 더 가격을 낮춘 소비자 맞춤형 제품을 선보일 것”이라고 포부를 전했다.
김명희기자 noprint@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