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디스플레이 산업이 세계 정상 자리를 위협받고 있는 가운데 다품종 소량생산과 신시장 개척이 해법으로 제시됐다. 액정표시장치(LCD) 시장 성장은 정체되고 중국, 대만 등 후발 국가가 대규모 투자로 국내 산업을 추격하고 있다. 계속해서 산업 주도권을 유지하기 위해선 국내 디스플레이 업계가 기존과 다른 생산 방식과 새로운 시장 창출로 미래 디스플레이 먹거리를 빨리 확보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디스플레이 산업뿐 아니라 부품소재 산업까지 동반 추락하지 않기 위해선 산학연관 유기적인 협력을 통한 육성책 마련도 절실하다는 주장이다.
8일 산업통상자원부 주최로 무주 덕유산리조트에서 열린 ‘제 10회 디스플레이 국가연구개발사업 총괄워크숍’에 참석한 전문가들은 국내 디스플레이 산업이 위기 상황에 내몰리고 있다며 산업 혁신의 절박함을 역설했다. 지금이 국내 디스플레이 산업의 운명을 가를 ‘골든타임’이라는데도 공감했다.
기조 연설자로 나선 추혜용 삼성디스플레이 전무는 우리나라 디스플레이 산업이 엔저로 부활하는 일본과 정부의 강력한 지원을 등에 업은 중국 사이에서 ‘신(新) 넛크래커(Nut-Cracker)’ 위기에 직면해 있다고 강조했다.
추 전무는 “이러한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선 끊임없이 ‘넥스트 디스플레이’를 통한 신시장 개척을 준비해야 한다”며 “차세대 기술인 플렉시블 디스플레이, HMD(Head Mount Display) 등이 미래 시장을 주도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윤수영 LG디스플레이 상무는 ‘디스플레이의 현재와 미래, 트랜드 변화’라는 주제 발표를 통해 내수시장을 바탕으로 한 중국의 급격한 투자확대에 따른 공급과잉을 우려했다. 미래 디스플레이는 사람들이 보는 이미지를 보다 정확하게 표현 할 수 있는 ‘리얼 이미지’와 획일적인 모양을 극복할 수 있는 ‘디자인 자유도’를 줄 수 있는 디스플레이가 요구될 것이라 설명했다.
윤 상무는 “미래 디스플레이 요구 특성을 가장 잘 구현할 수 있는 것은 유기발광다이오드(OLED)”라며 “OLED 패널의 곡율 반경에 따라 다양한 애플리케이션에 쓰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어 “미래 디스플레이를 성공적으로 개발하기 위해서는 소재·장비·공정 등 많은 부분에서 유기적인 협력은 물론이고 적극적 산학연관 참여도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대토론회에서도 직면한 디스플레이 위기와 향후 나아가야 할 미래에 대한 열띤 토론을 이어갔다. 패널로 참석한 석준형 한양대 융합전자공학과 교수는 국내 디스플레이 제조업체가 규모 우위를 유지하면서도 다품종 소량생산로의 전환을 고려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석 교수는 “디스플레이 산업도 다품종 소량생산체제를 갖추고 규모의 경제와 주품의 표준화를 통해 원가경쟁·생산성 경쟁에서 보다 우위를 차지해야 한다”며 “선택과 집중, 그리고 과감한 적기 투자를 통해 선순환 체계를 갖춰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다품종 소량 생산은 새롭게 라인을 설치하기보다 가동률이 떨어지는 기존 4세대 이하 라인을 적절하게 활용하는 것을 방안으로 제시했다. 다양한 투명디스플레이를 비롯해 자동차용 디스플레이, 교육·게임용 특수 디스플레이가 이에 해당된다.
이신두 서울대 전기·정보공학부 교수는 “제조 공정 가운데 공통 기술 부문에 대해서는 국내 업체들간 기술 공유를 통해 중국과의 격차를 더욱 벌일 수 있도록 협력해야 한다”며 “중국과 관계에서는 거대 시장을 갖춘 중국을 이기겠다는 전략보다는 전략적 제휴를 통한 상생 전략을 마련에 초점을 둬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용래 산업통상자원부 소재부품산업정책관은 “OLED, 플렉시블, 투명 디스플레이 등 새로운 영역에 대한 투자가 확대되도록 세계 혜택, 인력 양성, 연구개발 등의 지원 확대를 계획하고 있다”며 “‘디스플레이 르네상스’를 위해 정부도 다각도로 모색안을 마련 중”이라고 말했다.
성현희기자 sunghh@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