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스타트 게임코리아] 모바일게임 소작농 시대 "게임사-플랫폼 윈윈전략 필요"

“게임은 더 이상 영광만 있는 산업이 아닙니다. 모바일게임이 부상하며 (게임사 입장에선) 소작농 시대가 열렸다고 생각합니다. 매출이 100이라면 게임사가 갖는 몫은 20~30 밖에 안 되는 시대죠. 이러한 구조에서 건강이 유지되는 산업은 없다고 봅니다. 모바일은 유통시장이지, 게임 산업이 아닙니다.”

Photo Image
김택진 엔씨소프트 대표는 지난해 지스타를 앞두고 “게임사 소작농 시대가 열렸다”고 말했다. 2014년 11월 지스타 프리미어 행사에서 리니지 이너털 모바일 버전을 시연하는 김 대표.

김택진 엔씨소프트 대표는 지난해 지스타를 앞두고 “게임사 소작농 시대가 열렸다”고 말했다. 애플, 구글 같은 글로벌 앱 마켓 사업자나, 다음카카오 같은 모바일메신저 플랫폼 운영사가 게임 유통은 물론 퍼블리셔 역할까지 하며 게임사 수익이 많이 떨어졌다는 지적이다.

◇모바일게임 탈 플랫폼에 도전

모바일게임 전성시대다. 수백억원대 마케팅을 집행하는 것도 한 달에 수십억원 매출을 올리는 것도 모두 모바일게임이다.

넷마블게임즈는 지난해 국내 게임사 중 매출 3위를 기록했다. 모바일게임 사업에서 큰 성공을 거둔 덕분이다. 올 상반기에도 매출과 영업이익에서 부동 2위였던 엔씨소프트를 제쳤다.

국내 모바일게임 시장을 이야기할 때 빼 놓을 수 없는 것이 ‘카카오게임하기’다. 카카오톡을 중심으로 한 유통채널은 카카오(현 다음카카오) 안정적 성장에 큰 기반이 됐을뿐 아니라 모바일게임 시장 초반 붐업 1등 공신으로 평가된다.

카카오게임하기는 ‘선데이토즈(애니팡)’ ‘쿠키런(데브시스터즈)’ ‘아이러브커피(파티게임즈)’ 등 단기간에 부를 쌓아 주식시장에 상장하는 신생 모바일게임사가 탄생한 배경이 됐다. 넷마블게임즈 역시 초반에는 ‘카카오게임하기’를 통해 흥행작을 만들었다.

게임사가 게임을 만들어 글로벌 앱마켓(시장)에 출시하면 메신저(카카오톡)를 중심으로 한 ‘카카오게임하기(유통)’가 게임을 소비자들에게 전달하는 역할을 담당했다. 플랫폼이 퍼블리셔 역할까지 같이 하며 모바일게임은 빠르게 게임 인구를 늘렸다.

이 과정에서 게임사는 전체 매출 70%를 앱마켓 사업자에 남은 매출 중 30%를 메신저 플랫폼 유통 채널에 지불했다. 김 대표가 말한 ‘소작농론’은 이 같은 현실에 뿌리를 뒀다. ‘흥행은 하는데 돈은 예전만큼 벌지 못한다’는 것이다.

소작농 시대는 계속 될까. 퍼블리싱 사업과 게임개발을 병행하는 넷마블게임즈는 올해부터 메신저 플랫폼 비율을 줄이려고 애쓰는 중이다.

상반기 크게 흥행한 ‘레이븐’을 시작으로 하드코어 롤플레잉게임(RPG)은 메신저 플랫폼 없이 출시하고 있다. 다른 게임사도 마찬가지다. 현재 구글플레이 매출 톱 10 가운데 카카오게임하기를 통해 유통되는 게임은 4개다. 이마저도 모두 1년 이상 서비스를 진행한 ‘올드 게임’이다.

◇플랫폼 “퍼블리셔 돈 버는 구조 만들어줘야”

게임업계가 유통채널을 배제하고 홀로서기에 나서는 모양새지만 아직 성과를 예측하기 어렵다.

스마일게이트(스토브), NHN엔터테인먼트(토스트) 등 규모가 큰 게임사가 모바일게임 개발부터 마케팅까지 전반을 관리하는 서비스를 내놨지만 아직 개발사들에게 줄 대규모 이용자 풀 등 ‘당근’이 부족하다.

시장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발휘하는 넷마블게임즈는 사태를 관망한다. 이 회사는 올해 초 ‘레이븐’을 출시하며 네이버와 공동 마케팅을 했다. 개발과 마케팅에서 강력한 힘을 가진 두 업체가 공동으로 게임을 띄우고 수익을 나눈 것이다. 카카오게임하기와 결별한다는 관측이 나왔지만 넷마블게임즈는 “다음카카오와 잘 할 수 있는 것은 다음카카오와 한다”는 입장을 고수 중이다.

게임사 관계자는 “넷마블 입장에서는 다음카카오나 네이버나 수익 공유 비율에 차이가 있을 뿐”이라며 “넷마블조차도 아직까지 모바일게임에서 완벽한 홀로서기는 도전”이라고 해석했다.

TV CF 등 대규모 마케팅이 효과를 보는 현실을 외면하고 당장 마케팅 협업을 줄이기 어렵다. 대기업을 제외한 중소개발사들은 여전히 다음카카오 같은 강력한 우군이 필요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형 기업을 중심으로 소작농 벗어나기 시도는 계속 될 것으로 보인다. 모바일게임 생태계가 아직 불안정한 이유다.

김택진 대표는 지난 2월 넷마블게임즈와 상호 지분투자를 발표하는 자리에서 지난해 자신의 소작농 발언에 대해 “엔씨소프트가 원하는 것은 모바일 게임시장으로 독자 진입하는 것”이라며 “방준혁 넷마블게임즈 의장께서 경쟁력을 공유하며 도와주겠다고 했다”고 다시 강조했다.

전문가들은 구글, 애플, 다음카카오, 네이버 등 플랫폼사들이 게임사, 특히 퍼블리셔가 돈을 벌 수 있는 구조를 만들어야 생태계가 안정될 것으로 내다봤다.

장중혁 애틀러스리서치앤컨설팅 부사장은 “모바일게임 초기 카카오게임하기 같은 플랫폼사들이 퍼블리셔 역할까지 같이 하며 ‘성공 시나리오’를 만들었다”며 “이제는 플랫폼, 퍼블리셔, 개발사로 이어지는 전통적이고 검증된 연결고리에 더 공을 들여야 한다”고 말했다.

장 부사장은 “결국 퍼블리셔들이 돈을 벌 수 있는 구조를 만드는 것이 플랫폼사 경쟁력이 될 것”이라며 “개발과 소싱 단계 리스크를 퍼블리셔가 지는 만큼 플랫폼사는 게임개발사와 직접 관계를 맺는 것보다 퍼블리셔와 관계를 정립하는데 공을 들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시소기자 siso@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