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망경]명퇴와 당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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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위기가 좋지 않다. 자기 일이 아닌데도 한숨부터 쉬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요즘 산업통상자원부는 현직과 산하 기관장 인사를 놓고 어수선하다.

모름지기 올라가는 사람이 있으면 자리를 비켜주는 사람이 있고, 그 사람은 또 새로운 자리를 찾아 옮기는 게 인사다. 어제오늘 일도 아닌데 유독 아쉬움이 많은 것은 예전과는 다른 양상 때문이다.

과거 공무원의 ‘명퇴(명예퇴직)’는 말이 명퇴지 산하기관으로 자리를 옮기는 재취업의 중간 과정이었다. 그뿐인가. 재취업을 반복하는 것도 가능했다. 각자 공무원으로서 원하는 위치까지 오르지 못한 것에 아쉬움은 있지만 일반 기업에서 눈물을 머금고 나가는 명퇴와는 달랐다.

지난해 ‘관피아’ 논란 이후로 바뀌었다. 이제는 공무원 명퇴자에게 ‘용퇴’라는 수식어를 붙여도 어색하지 않다. 어찌 보면 우리 사회가 정상화하는 과정으로 볼 수 있다. 관료 출신이라 이유만으로 산하기관장이 되는 것은 아무리 공무원 편을 들더라도 문제가 있다.

그런데 관료출신 기관장 임명을 ‘100% 막겠다’는 데는 동의를 못한다. 관료가 손쉽게 산하기관장이 되는 것이 문제지만, 관료기 때문에 안 된다는 것 또한 문제다. 요즘 기관장 인사를 보면 적재적소에 유능한 인재를 배치하기보다는 민간 출신을 뽑아야 한다는 강박관념에 시달리는 것 같다. 기업이나 교수출신의 기관장은 또 다른 ‘비정상’은 아니던가.

다른 문제도 있다. 공무원에게 산하기관장 자리는 민간 기업에 비해 좋지 않은 근무여건을 감수할 수 있는 일종의 ‘미래형 당근’이었다. 또 다른 당근이었던 공무원연금마저 매력을 잃어가는 마당이다. 이제 젊은 공무원에게 어떤 당근을 제시해 그들이 밤낮 없이 일하도록 유인할 수 있을까. 비정상과 정상을 구분하는 기준은 관피아, 민간이 아니라 전문성이며 리더십이어야 한다.


이호준기자 newlevel@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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