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라남도 고흥군이 우리나라 최초 신재생에너지 자립군(郡)으로 거듭난다. 태양광과 풍력, 바이오매스 등을 이용해 7만여 주민이 사용하는 전력은 자체 충당한다. 에너지자립섬 모델에 이어 군 단위로는 첫 시도다.
한국동서발전은 30일 고흥군·SK증권과 함께 ‘대한민국 최초 에너지 자립군 조성을 위한 바이오매스 발전소 건설 업무협약’을 체결한다고 밝혔다. 고흥군 소요전력을 태양광, 풍력, 바이오매스 등 신재생에너지로 100% 충당하는 것을 목표로 잡았다.
고흥군은 7만여명 주민이 농림어업에 종사하며 연간 427기가와트(GWh) 전력을 사용하는 곳이다. 나로우주센터가 들어선 곳으로 유명하다. 지금도 거금도 태양광발전소(25㎿)를 통해 전체 사용전력 중 7%를 신재생에너지로 충당하고 있다.
에너지자립군 사업이 본격 진행되면 고흥태양광발전소(40㎿·건설 중), 고흥풍력발전소(40㎿·사업 허가), 고흥바이오매스발전소(40㎿·건설 예정)가 들어서 연간 477GWh 전력을 생산하게 된다.
동서발전은 바이오매스발전소 건설을 담당한다. 동서발전은 우리나라 발전공기업 중 유일하게 목질계 바이오매스 발전소를 건설·운영한 경험을 갖고 있다. 바이오매스 발전소는 태양광과 풍력과 달리 항시 발전할 수 있는 장점이 있어 고흥군 소요전력 약 63%를 담당하는 중추 역할을 담당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동서발전 관계자는 “고흥군 바이오매스 발전으로 지역 에너지 자립이라는 패러다임이 전국 지자체로 확산될 수 있도록 역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발전산업 패러다임 변화 신호탄
고흥군 신재생에너지 자립 계획은 지자체와 공기업, 민간금융계 차원에서 연합 추진된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그동안 친환경에너지타운, 에너지자립섬 등 다수 신재생에너지 지역개발 계획이 있었지만 대부분 정부 시책에 따라 상징적으로 추진됐다.
사용전력 100%를 신재생에너지로 충당하는 접근법도 새롭다. 지금까지 대다수 신재생에너지 사업은 보완적 측면이 강했다. 고흥군 100% 신재생에너지 계획은 그간 정부가 장기목표로 제시해왔던 지역별 분산전원 계획 최종목표와 같은 그림이다.
고흥군 사업 성공 여하에 따라 우리나라 발전산업 패러다임도 크게 바뀔 전망이다. 지금까지 발전공기업 건설 사업은 석탄이나 가스복합 등 대규모 발전설비 사업 중심이었다. 신재생에너지 사업을 벌이긴 했지만 매출이나 수익 증대보다는 신재생에너지 공급의무화제도(RPS) 허점을 메우는 측면이 강했다.
동서발전 고흥군 바이오매스발전소 건설은 신재생에너지가 건설부문 중심사업으로 옮겨가고 있음을 확인시켜줬다. 지역 내 발전소 유치 기피로 대규모 전원 개발이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에서 신재생에너지를 활용한 지자체 에너지자립을 지역갈등 해소 대안으로 들고나온 점도 주목된다.
정부 중장기 에너지계획과도 맞아 떨어진다. 정부는 7차 전력수급계획을 통해 앞으로 대규모 화석연료 발전설비를 지양하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발전사 입장에선 기존 발전소 건설 패러다임에 변화가 필요해진 상황이다. 동서발전은 발전소 건설 패러다임 변화 방향을 신재생에너지 확대와 에너지자립군 조성에 맞춰 풀어가겠다는 전략이다.
정부 7차 전력계획 이후 동서발전 외에도 많은 발전사업자가 신재생과 지역분산전원을 통한 해법 마련을 고심하고 있어 고흥군과 유사한 추가 에너지 자립지역 모델이 계속해서 나올 전망이다.
<고흥군 신재생에너지 설비 계획/자료:한국동서발전>
조정형기자 jeni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