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칼럼]차량용 SW 육성 지금이 `골든타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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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톱3(2013년 기준) 자동차 부품 업체인 독일 콘티넨탈은 지난달 첨단운전자보조시스템(ADAS)과 인포테인먼트 임베디드 솔루션 개발 업체인 ‘일렉트로비트 오토모티브’를 6억유로(약 7300억원)에 전격 인수했다. 자동차 부품 회사면서도 1만명 이상의 소프트웨어(SW) 인력을 보유한 콘티넨탈이 소프트웨어 전문가 1900여명을 또 영입한 것이다. 이는 ‘소프트웨어가 미래 자동차 산업에 미치는 영향이 얼마나 중요한가’를 보여준 대표적인 사례라고 할 수 있다.

최근 자동차-IT 융합은 단순 이동 수단이라는 자동차 본연의 기능 외에 또 다른 차원의 문제를 태동시켰다. 바로 더욱 똑똑해진 자동차를 어떻게 기존 정보 체계와 연동해 운전자에게 필요한 정보를 제때에 정확히 제공하느냐는 것이다.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클라우드 서비스와 메카트로닉스 융합이 필수다.

하이브리드카와 전기차, 플러그인하이브리드(PHEV), 수소연료전지차(FCEV) 등 새로운 친환경차 등장은 기존 내연기관 대신 전기모터의 혁신을 요구한다. 유압식 조향장치는 전자식 조향 장치로 대체되며 기존 12V 시스템 대신 48V 전압을 사용하는 등 기존 자동차와는 전혀 다른 새로운 아키텍처를 가진 자동차 기술이 필요하다.

과거 휴대폰 시장의 변화는 미래 자동차 산업에 많은 시사점을 준다. ‘음성의 무선화’를 통해 급속히 퍼진 피처폰은 음성을 넘어 다양한 정보를 제공하는 스마트폰이 등장하면서 급속도로 쇠퇴했다. 급기야 시장 변화를 읽지 못한 모토로라, 노키아 등 기존 피처폰 강자들은 사라지고 삼성, 애플, LG 등 일부 하드웨어 업체와 스마트폰 운용체계(OS)를 공급하는 애플과 구글 체제로 재편됐다. 특히 애플과 구글은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 시장을 독점하고 총 매출의 20%를 가져가는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탄생시키며 모바일 생태계를 탄생시켰다.

최근 20년간 자동차 가격 상승률은 다른 물가 상승률에 크게 못 미쳤다. 그와 동시에 자동차에 대한 소비자 요구와 눈높이는 갈수록 높아졌다. 특히 ISO 26262와 같은 고신뢰성 표준 장벽과 이산화탄소 배출 규제는 자동차 산업에 또 다른 도전을 야기했다. 완성차 및 부품업체가 스스로 해당 제품 결함이 없음을 증명해야 하는 사실상의 ‘유죄 추정’ 원칙이 적용돼 막대한 추가 비용이 발생하고 있는 것이다.

새로운 산업 환경은 보다 적은 비용으로 차량 내 전자제어장치(ECU) 간 이질적 소프트웨어를 통합해야 하는 과제를 부여했다. 제한된 시간 안에 보다 완벽한 제품을 개발하기 위해 다양한 외부 업체와의 협력도 중요해졌다. 또 원가 압박은 더 이상 하드웨어만으로는 해결하기 어려운 단계에 이르렀다.

개발 프로세스 및 소프트웨어 체인 구축과 가상화, 자동화 등을 포함한 소프트웨어적 해결이 요구된다. 다양한 원가 및 기술적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자동차 업계의 소프트웨어 비중은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실제 유럽연합(EU)의 배기가스 배출 규제에 대응하기 위한 소프트웨어 비용 증가는 1995년 개발비의 5%에서 2010년 15%로 높아졌다. 또 2025년에는 25%에 이를 전망이다.

앞으로 자동차에서 소프트웨어가 차지하는 비중은 계속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결국 자동차 산업 경쟁력은 소프트웨어 역량에 의해 좌우되고 소프트웨어 경쟁력이 곧 완성차 경쟁력이 될 것이다. 앞서 언급한 콘티넨탈의 일렉트로비트 오토모티브 인수가 지극히 당연해지는 시대가 된 것이다.

이에 비해 우리나라 자동차 업체들은 소프트웨어 및 차량 IT 융합 서비스 기술력이 취약하다. 또 기계 중심 부품 업체들도 소프트웨어 경쟁력이 사실상 전무하다. 더욱이 소프트웨어와 깊게 연관돼 있는 것처럼 보이는 IT 업체조차도 자동차 네트워크 이해가 미약하다.

하지만 차량용 SW는 자동차 산업 세계 5위, 반도체 시장 세계 2위인 우리나라가 시너지를 창출할 수 있는 사업 영역이다. 각 산업 분에서 확고히 자리잡은 경쟁력을 기반으로 소프트웨어 전문 인력을 장기적 시각을 갖추고 양성해야 할 시점이다. 자동차 SW를 향한 관심과 지원이야말로 진정한 ‘자동차 강국’ 대한민국으로 가는 지름길이다.

정원영 다우인큐브 전무·숭실대 겸임교수(스마트이동체 융합인력양성사업단)

wonyoung.jung@daouincub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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