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듐주석산화물(ITO) 대체 소재로 메탈메시 터치스크린패널(TSP)을 개발했으나 수요처를 찾지 못해 어려움을 겪고 있다. 국내 주요 세트업체가 수년째 기술 검토만 하는 사이에 ITO 가격이 폭락해 대체 소재 필요성이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또 비슷한 시기에 개발된 은나노와이어(AgNW)가 기술 난제를 극복하면서 메탈메시 TSP 설 자리가 위협받고 있다.
국내 메탈메시 TSP 업계가 제품 개발을 마쳤지만 적용 애플리케이션을 확보하지 못해 관련 사업이 부진을 이어가고 있다.
가장 적극적으로 나섰던 금호전기는 최근 계열사 금호HT로 사업을 이전하는 절차를 밟고 있다. 사업 부진에 따른 조직 개편도 함께 진행한다. 이 회사는 국내 처음으로 메탈메시 TSP 생산에 롤투롤 포토리소그래피 공법을 적용해 주목받았다. 지난해 초부터 본격적인 양산에 들어갔지만 1년 넘게 뚜렷한 실적으로 내지 못했다. 샘플 수준 대응에 그쳤다. 설비 증설 계획도 멈췄다.
미래나노텍은 메탈메시 TSP 공장 화재 이후 재가동을 하지 않고 있다. 삼성전기 역시 연구개발(R&D) 단계에서 샘플 제작만 하고 대규모 양산에 나서지 않고 있다.
업계 기대와 달리 메탈메시 TSP 시장이 좀처럼 열리지 않는 것은 삼성·LG 등 국내 세트업체가 도입을 주저하고 있기 때문이다. 저가형 스마트폰 등에 적용하기 위해 2~3년 전부터 검토해 왔으나 감감무소식이다. 닛토덴코 등 ITO 필름 업체가 계속 단가 인하를 진행해 메탈메시 가격경쟁력이 희석된 것이 주요 원인이다.
메탈메시 업계는 저항문제로 ITO 필름이 진입하지 못하는 중대형 시장과 산업용 모니터 등 틈새시장 공략에 나섰다. 국내 업체에서 원가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올인원PC 등에 메탈메시 TSP를 첫 적용하면서 성장에 대한 기대감을 높였다. 하지만 이들 제품은 시장에서 크게 주목받지 못했다. 규모의 경제를 이루지 못하자 생산량은 급격하게 줄어들었고, 수율 개선 기회도 주어지지 않았다.
업계 관계자는 “초대형 시장이나 전자칠판과 같은 틈새시장에서 수요가 발생할 것으로 예상했으나 기존 적외선센서(IR) 터치 방식과 가격경쟁에서 밀리면서 설 자리가 없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업계는 국내에서 활로 모색이 어려워지자 주로 저가 제품을 생산하는 중국 패널·부품업계로 눈을 돌렸다. 중국업체 역시 초저가 모바일 제품에 초저가 ITO 필름을 쓰고 있는 상황이라 메탈메시가 비집고 들어갈 틈이 없었다.
업계 전문가는 “국내 세트 업체서 여전히 지속적인 검토를 하고 있으나 적용이 언제쯤 될지 예측하긴 힘든 상황”이라며 “최근 플렉시블에 적용할 수 있는 은나노와이어 TSP가 메탈메시 보다 기술적 진척이 많이 이뤄지면서 새롭게 부각되고 있어 메탈메시 업계가 사면초가에 놓였다”고 말했다.
성현희기자 sunghh@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