짐 발실리 전 RIM 공동CEO, “블랙베리, 애플 아이폰 따라잡을 기회 놓쳤다”

“애플 아이폰 발표와 이를 따라잡기 위한 블랙베리의 성급한 시도가 회사를 파괴했다.”

짐 발실리 전 리서치인모션(RIM, 현 블랙베리) 공동 최고경영자(CEO)가 애플이 아이폰을 처음으로 내놨던 지난 2007년 당시에 대해 공개석상에서 처음으로 입을 뗐다.

RIM은 블랙베리 제조사로 지난 1999년 처음으로 무선으로 이메일에 접속하는 스마트폰을 선보인 ‘스마트폰 원조’다. 블랙베리는 2007년 애플 아이폰 출시 후 실적이 추락했다. 짐 발실리 전 RIM CEO는 지난 2012년 사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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짐 발실리 전 리서치인모션(RIM) 공동 최고경영자(CEO). <사진=AP>

짐 발실리 전 RIM CEO는 “2012년 회사를 떠날 때 블랙베리가 아이폰 시장 진입에 맞설 수 없을 것을 알고 있었다”며 “당시 블랙베리 고물(buggy) 터치스크린폰 스톰(Storm)은 ‘수익률 100%’를 냈다”고 말했다. 이어 “이같은 결과에 회사는 철저히 압도당했다”고 회고했다.

스톰은 RIM이 내놓은 첫 터치스크린 폰이다. 스톰은 당시 애플 3세대 아이폰에 대항할 제품으로 기대를 모았지만 별다른 실적을 내지 못했다. 이 회사는 스톰 전까지 검은 단말기에 쿼티(QWERTY) 키보드를 탑재한 휴대폰만 출시했었다.

짐 발실리 전 RIM CEO는 “애플은 휴대폰이 이메일과 전화통화보다 더 많은 기능을 수행할 수 있단 것을 보여줬다”고 전했다. 이어 “우리는 스톰을 내놓으며 너무 많은 것을 하려고 했다”며 “클릭할 수 있는 터치 디스플레이와 새로운 애플리케이션(앱)들은 엄청나게 짧은 시간에 도입됐고 우리를 폭파시켰다”고 떠올렸다.

그는 “그때 나는 우리가 하이엔드 하드웨어로는 애플과 경쟁할 수 없다는 점을 깨달았다”고 말을 이었다.

블랙베리는 이후에도 2년 간 세계에서 가장 성장 속도가 빠른 기업에 이름을 올렸다. 로엔드급 기기를 신흥 시장에 팔아 매출을 올린 게 주효했다. 지난 2009년까지도 미국 스마트폰 시장 절반가량을 점유했었다.

애플이 고속 인터넷 브라우징과 영상 다운로드 등 서비스를 개발하기 위해 무선 통신 업체 AT&T로부터 무제한 대역폭 사용에 대한 백지 위임장을 받은 게 큰 타격이었다. 그는 “블랙베리는 매우 늦게 적응했다”며 “회사에는 정말 쇼크였다”고 말했다.

시장조사업체 컴스코어에 따르면 지난 4월까지 석달간 미국 시장에서 블랙베리 모바일 운용체계(OS) 점유율은 1.5%에 불과하다. 블랙베리는 엔터프라이즈 보안 및 소프트웨어 업체로 주력 사업을 바꾸고 있다. 짐 발실리 전 RIM CEO는 “현재 임원진들이 최고의 행운을 가졌길 바란다”고 말했다.


김주연기자 pillar@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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