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후 10만원이면 국민 누구나 한국인에 맞는 유전체 정보를 분석해 질병 발생 가능성을 예측, 예방할 수 있습니다.”
유전체 정보 분석 연구 선구자인 변석수 분당서울대병원 비뇨기과장의 말이다. 변 과장은 최근 한국인 전립선암과 유전적 정보에 대한 전장 유전체 연관분석으로 병리학적 악성도 증가를 예측할 수 있는 유전적 변이를 처음 발견했다.
개인별 유전체 분석으로 질환 발병 위험도 예측과 진단이 가능하다. 건강관리부터 약물 유전체학을 이용한 맞춤형 표적 치료도 할 수 있다. 전장 유전체 연관분석은 질병감수성 검사가 대표적이다. 변 과장은 “유방암과 난소암 발병은 BRCA 변이 상관성 분석으로 알 수 있다”며 “8q24 단일염기다형성 변이는 전립선암, 신장암, 대장암, 유방암 등 위험도가 높은 것으로 예측한다”고 설명했다.
유전체 정보 분석 속도가 빨라지고 비용이 감소하는 것도 전 국민 맞춤의학 시대를 여는 핵심 요인이다. 과거 유전체 정보 분석을 하는데 몇 개월 이상 소요되고 비용도 10억원가량 들었다. 유전체 정보 분석을 요청할 수 있는 사람은 극히 일부였다. 최근 유전체 정보 분석 방법인 차세대염기서열분석법(NGS) 개발로 획기적인 유전체 정보 분석 시대를 열었다.
NGS는 병렬 컴퓨팅 개념과 유사하다. 변 과장은 “유전체를 무수히 많은 조각으로 분해, 조각을 동시에 읽어내 얻은 데이터를 생물 정보학적 기법으로 조합해 방대한 유전체 정보를 빠르게 해독하는 방법”이라고 말했다.
NGS를 활용, 유전체 정보분석 비용은 4500달러(약 503만원)로 떨어졌다. 변 과장은 “향후 유전체 정보 분석 기술이 고도화 되면 비용은 10만원대로 낮아질 수도 있다”며 “이동저장장치(USB)에 개인 유전체 분석 데이터를 저장해 다니는 시대가 올 것”이라고 전했다.
개인 맞춤의학 시대를 여는 데까지 적지 않은 걸림돌도 있다. 먼저 서양인 중심인 유전체 정보 라이브러리를 한국인에 맞게 구축해야 한다. 변 과장은 “정부도 이를 인식, 한국인에 맞는 라이브러리 구축을 위해 범정부 사업을 추진 중”이라며 “2021년 한국형 유전체 정보 라이브러리가 구축되면 한국인에 맞는 예방의학이 현실화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관련 법·제도 정비도 필요하다. 국내 법상 유전체 분석을 의료진단에 활용하는 것은 불법이다. 기술적으로 NGS를 실행할 국내 업체가 있지만 활용할 수 없다. 변 과장은 “출산 전 기형아 검사를 외국에 의뢰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며 “국부 유출과 한국인 DNA 정보를 외국 업체에 노출하는 부작용이 있다”고 우려했다. 지나치게 규제 강화에만 초점을 맞춘 ‘생명윤리 및 안전에 관한 법률’ 개정이 필요하다.
식품의약품안전처 검사장비 의료기기기 허가와 한국보건의료연구원 신의료기술평가 승인이 중복되는 것도 걸림돌이다. 국내서 유전체 검사를 포함 모든 신규 검사는 두 절차를 거쳐야 한다. 유전체 분석기술 발전이 빠른 속도로 진화되는 만큼 이원화된 허가·승인 절차도 단일화해 단축해야 한다는 것이다.
변 과장은 “개인 유전체 정보가 대규모로 분석되는 상황에서 유전자 정보 오·남용 방지와 보호 규정도 마련해야 한다”며 “대규모 개인 유전정보를 수집, 관리하는 체계를 선진국 수준으로 높이고 개인별 맞춤의료 상용화를 위한 정책도 확립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변 과장은 서울대 의과대학에서 학사·석사·박사학위를 받았다. 1992년 의료계에 첫 발을 내디딘 후 서울대병원 비뇨기과 전임의를 거쳐 2003년부터 분당서울대병원에서 근무하고 있다. 현재 분당서울대병원 비뇨기과 과장이다. 대한비뇨기종양학회 연구이사, 비뇨기계 기초의학연구회 정보이사도 맡고 있다.
신혜권기자 hkshi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