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디스플레이 업계, 10세대 LCD 투자 결정 ‘잠정 보류’

중국 BOE가 10.5세대 액정표시장치(LCD) 생산라인 투자 계획 발표로 대형 LCD 투자에 불을 지폈지만 국내 업체를 10세대 경쟁 대열에 끌어들이지 못했다. 우리 업계는 투자 회수 기간 부담 등으로 여전히 투자에 조심스러운 태도다.

삼성디스플레이와 LG디스플레이는 최근 10세대급 LCD 신규 투자 결정을 잠정 보류했다. 지난 4월 BOE가 10.5세대 추진 계획을 발표하기 전부터 다각도로 검토했으나 투자효율성이 낮다는 평가가 많아 시간을 갖고 지켜보자는 입장이다.

업계 관계자는 “10.5세대 투자에 대한 당위성은 공감하고 있지만 투자회수 기간에 대한 불확실성이 너무 커 양사 모두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라며 “투자 금액이 부담스럽긴 하지만 10세대로 가지 않으면 결국 장기적으로는 LCD 사업을 접어야 하는 상황이라 내부적으로 돌파구를 찾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다”고 말했다.

BOE는 10.5세대 공장 설립에 7조원을 투입하지만 사실상 중앙 정부와 은행 대출이 각각 45%씩이다. 실제로 BOE가 투자하는 금액은 10%로 7000억원에 불과하다. 게다가 5년간 각종 세제 혜택 등을 고려하면 실제로는 투자액이 적다.

국내 업체는 효율적인 투자로 비용을 7조원보다 적게 쓰더라도 단독 투자 금액으로 수조원대가 필요하다. BOE와는 출발선이 다르다. 투자 맞대응으로 이길 수 있는 확률은 거의 없다는 게 업계 분석이다.

BOE는 10.5세대 라인 가동으로 65인치 대형 패널 시장에서 경쟁력을 확보하는 것이 목표다. 10.5세대는 마더글라스 한 장에서 65인치 8컷을 얻을 수 있을 정도로 면취효율이 높다. 국내 운영하는 8.5세대에선 65인치 3컷을 생산할 수 있다. BOE가 국내 기업보다 먼저 10세대급 투자에 공격적으로 나선 이유다.

일각에서는 삼성이 일본 사카이디스플레이프로덕트(SDP) 인수에 나섰다는 얘기도 나오고 있지만 가능성은 희박한 것으로 알려졌다. SDP는 샤프 사카이 10세대 LCD 공장을 운영하는 회사다.

업계 한 전문가는 “삼성디스플레이 입장에서는 BOE보다 원판 크기가 작은 10세대가 기술적으로 매력적이지 않을뿐더러 일본에서 공장을 운영한다는 것도 내키지 않게 생각한다”며 “단순 지분 추가로 물량을 늘리는 것도 가능한 시나리오지만 패널 물량이 남아도는 상황에서 지분을 확대하는 것도 가능성이 높지 않다”고 설명했다. 이어 “10.5세대는 단순히 패널 크기를 확대하는 차원에서 벗어나 8K 초고화질 시대에도 대응할 수 있는 무기가 될 수 있는 만큼 결코 외면할 수 없는 투자 부분일 것”이라고 말했다.

투자 계획에 대해 삼성디스플레 측은 “시장 상황에 따라 투자는 결정하는 것으로 아직 구체적으로 확정된 것이 없다”고 말했다.

LG디스플레이 측은 “현재로서는 10~11세대 투자 필요성을 크게 느끼지 않는다”며 “향후 시간을 두고 시장 변화를 고려해 대응 여부를 판단하겠다”고 말했다.


성현희기자 sunghh@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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