셋톱박스(STB)가 4K 초고화질(UHD, 3840×2160) 전환기를 맞아 TV방송산업 생태계 중심축으로 주목받는다. 가정 내 네트워크 허브 역할까지 가능해 사물인터넷(IoT) 시대 홈 네트워크 핵심으로 떠오를 수 있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4K 시대 STB 역할에 대해 “콘텐츠 수용과 함께 스마트 TV 서비스를 묶은 ‘컨버전스’ 형태가 될 것”이라 내다봤다. △개방형 운용체계(OS) 확산과 클라우드 활성화 △고효율 압축코덱 보편화 △통신망 고도화 등이 배경이다. STB는 방송과 인터넷을 묶어 가정 안에서 방송·통신 허브 역할을 한다.
STB는 기존 매체와 개인 미디어 간 융합 매개체가 되고 있다. TV보다 성능 업그레이드가 간편해 압축코덱, 미디어 포맷 등 새 규격과 호환이 용이한 덕택이다.
애플리케이션(앱) 개발사 수익모델 창출에도 긍정적이다. 과거 TV 내장 튜너로 새 포맷을 지원했던 것과 달리 최근에는 STB가 먼저 보급되고 있다. 국내 4K 유료방송 서비스는 삼성, 휴맥스 STB를 조달해 공급한다. 일본 위성 4K 시험방송에도 샤프 STB가 보급된다.
STB는 과거 SD, HD 등 새 방송포맷이 등장할 때 방송 중계기능에 집중했다. 하지만 4K에는 스마트 기능이 필수로 자리잡았다. 휴맥스는 STB에 ‘게이트웨이’라는 이름을 붙여 통신기능까지 지원한다. IoT 시대 모든 사물 간 연결과 콘텐츠 전송이 통신을 기반으로 하는 만큼 규격 파편화를 피하기 위해서다.
4K STB 생태계 완성을 위해 망뿐만 아니라 HTML5와 비디오 코덱 등 신기술 확산, 하드웨어(HW) 고도화 필요성도 제기된다.
김영준 삼성전자 영상디스플레이(VD)사업부 셋탑PM그룹 부장은 “미국 복수종합유선방송사업자(MSO)는 동축케이블(RF) 기반 QAM과 인터넷프로토콜(IP)이 복합된 방송을 준비하고 있다”며 “웹 플랫폼 기반 STB가 이를 구현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HTML5는 개방적이고 광범위한 STB 기반 생태계 구축을 가능케 한다는 점에서 주목을 받았다. 모든 웹브라우저에서 사용할 수 있어 ‘크로스 플랫폼’ 구현이 가능하다. 다채널 풀HD(1920×1080)에서 주로 쓰였던 H.264 대비 두 배 높은 압축률의 HEVC(H.265) 등 고효율 압축표준 지원, 중앙처리장치(CPU) 성능 개선도 이뤄졌다.
시장동향도 밝다. 4K STB는 올해 본격 상용화돼 2019년 1000만대를 돌파하고 2025년 1억1500만대에 이를 것으로 예측된다. 4K TV 보급대수도 1억6000만대에 근접하는 등 TV와 STB 증가속도가 궤를 같이한다. 세계적으로 4K 방송채널도 700여개에 이르러 4K 생태계가 조성될 전망이다.
국내에서는 삼성전자가 세계 최초로 4K STB를 개발, 복수종합유선방송사업자(MSO)와 협업해 케이블 TV향 STB를 개발·보급하며 시장선점에 나섰다. 삼성전자는 4K 방송 콘텐츠 구현뿐 아니라 음성인식, 미러링, 삼성앱스 등 스마트 TV 기능도 STB에 담아 ‘스마트 STB’로 4K 생태계 완성을 이끈다는 구상이다.
서형석기자 hsseo@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