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너 경영인’이 아님에도 20년 장기 CEO를 눈앞에 둔 이가 있다. 심상돈 스타키코리아 대표다. CEO 평균 임기가 3년 남짓인 경영환경 속에서 19년을 전문경영인으로 굳건히 자리를 지켜왔다. 기초체력과 탄탄한 성과 없이는 불가능한 일이다.
보통 해외 지사의 경우 CEO는 3~5년 사이에 한 번씩 바뀌기 마련이다. 스타키그룹 내에서도 심 대표는 세계 지사 중 최장수 CEO다. 심 대표는 “성장세를 유지하고 매출이 늘 수 있게 마케팅 아이디어를 수시로 본사에 전달해 서로 소통하는 것이 비결”이라고 말했다.
그는 기본에 가장 충실했다. 스타키코리아 매출 확대를 위해 뛰었다. 스타키코리아는 한국에 법인 설립 이후 매년 5~10% 이상 꾸준히 성장하고 있다. 국내에서 보청기 산업은 성장폭이 크지 않다. 보청기를 둘러싼 인식이 좋지 않기 때문이다. 장애인, 노인 등이 사용하는 기기라는 인식이 높다. 그러나 보청기는 눈이 나쁘면 끼는 안경과 크게 다르지 않다. 이런 편견을 가진 풍토 속에서도 스타키코리아는 매출을 꾸준히 늘려왔다.
내년이면 한국 지사 설립 20년이 된다. 심 대표는 1996년 3월 한국 법인 설립 당시부터 현재까지 이끌고 있다. 스타키코리아 설립 15주년인 2012년에는 스타키 그룹 내에서 성장률이 가장 높았다. 20주년에도 1위를 유지하기 위해 올해 잡은 목표 성장률은 20%다.
심 대표는 “누구나 노력은 다 하기에 타이밍이 중요하다”며 “1996년에 본사가 외국 업체로는 가장 먼저 한국시장에 투자했는 데 누가 먼저 시작하고 깃발을 꽂느냐에 따라 성패가 갈라진다”고 말했다.
본사와 자유로운 아이디어 공유는 그를 이 자리에 있게 만든 원동력이다. 심 대표는 1983년에 보청기 업체인 ‘동산실업’을 창업해 스타키, 지멘스, 필립스 등 보청기를 수입해 팔았다. 궁금한 게 있으면 미국 출근 시간에 맞춰 밤까지 기다렸다가 본사에 전화해 물어보기도 했다. 카투사 시절 다져놓은 영어 실력이 유감없이 발휘됐다. 그는 초소형 고막형 보청기에 작은 끈을 달아보는 것은 어떻겠냐는 등 아이디어를 제공했고 이는 매출에 큰 기여를 했다.
심 대표는 인문학, 예술과 경영 접목을 강조했다. 그는 “우리가 무상보증기간 이후에도 AS를 해주는 데 이익에 반하는 행위지만, 반대로 생각하면 소비자가 다른 회사로 옮겨가지 못하는 이유이기도 하다”며 “경제적인 것으로만 따지면 할 수 없는 것”이라고 말했다.
심 대표는 “인문학은 내가 주면 그만큼 잃게 되는 제로섬 게임이라고 계산하지 않고 그냥 준다”며 “사업을 너무 계획적으로만 하기 보다는 무언가 다르려면 무계획적인 것인 것을 따르고 직관력이나 남들이 생각도 안 하는 것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송혜영기자 hybrid@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