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수지의 모던 마케팅 원포인트 코칭]<18>해외 전시회를 통한 시장 주도 마케팅과 메시지 활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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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 제품과 비교할 때 당신의 제품이 더 뛰어난 점은 무엇입니까?” 혹은, “당신의 제품을 사야 하는 이유는 무엇입니까”라는 질문에 구체적 이유를 제시할 수 있는 기업이 의외로 많지 않다. ‘차별화된 혜택(USP)’을 증명할 수 없는 것은 ‘반드시 그 제품이 아니면 안 되는 이유’를 제시하지 못하는 것과 같다. 타 기업과 비교해 우리 제품을 사야만 하는 뚜렷한 명분과 함께 ‘인식(perception, 퍼셉션)을 리드’하지 않고는 글로벌 경쟁에서 살아남기 어렵다.

‘마케팅에서는 보이는 것이 전부다(Appearance is everything in marketing)’는 표현처럼 인식의 힘은 엄청나다. 독일 벡스 맥주가 뢰벤브라우 맥주를 겨냥하면서 ‘미국 사람들이 가장 좋아하는 독일 맥주’라는 인식을 깨뜨리기 위해 들고 나온 비장의 무기는 바로 ‘독일 사람이 가장 좋아하는 독일 맥주’라는 기존(독일 맥주에 대한 명성과) 마인드를 재확인시킨 인식의 힘이다.

마인드(mind)를 리드하면 시장은 따라온다. 반대로, 세일즈에만 급급한 접근 방법은 전시회 실패 주요 원인이 된다. 전략적 마케팅은 구매 과정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 이때 기업이나 제품의 메시지는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

대표적인 게임 회사인 닌텐도를 보자. 닌텐도는 미국 시장 진출 초기에 해외 전시회를 성공적으로 활용하면서 오늘날 글로벌 기업으로서 명성을 만들었다. 당시 닌텐도는 세계 최초의 64비트 홈 비디오 게임 시스템을 미국 시장에 인식시키는 고민을 했다. 유통(리테일 라인 업)에서 매진 사태를 유발하는 목표를 세웠다. 소비자의 구매 욕구를 극대화하는 데 주력했다. 소비자는 물론이고 미디어와 업계 전문가들을 신제품 출시를 위한 전시회 전후 과정에 적극 참여시켰다. 직접적인 경험을 통해 긍정적인 여론을 형성하며 리딩 커뮤니티와의 관계 형성에 주력하는 대대적인 마케팅 전략 전술을 활용했다.

먼저 일본 쇼신카이 전시회에서 제품을 선보인 닌텐도는 비디오 뉴스 릴리스(Video News Release)로 미국 시장에 제품을 내놓았다. 비디오 뉴스 릴리스는 일본 전시회에서 환호를 받던 당시 전시회 반응과 제품에 대한 특성(메시지)이 담겼다. 인더스트리 미디어와 제품 애널리스트 커뮤니티와 관계를 통해 지속적인 제품 브리핑을 주도했다. 사전에 제품 특성과 우수성을 효과적으로 알리고자 직접 경험해 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했다. 이듬해 닌텐도는 일렉트로닉 엔터테인먼트 엑스포라는 전시회에서 미국 시장에 정식으로 제품을 선보였다. 닌텐도는 그동안 정보 교환을 바탕으로 지속적인 관계를 형성하면서 이미 긍정적인 여론을 형성해 시장 접근에 어려움이 덜했다.

500명의 기자를 초청하는 기자 회견도 성공적으로 마쳤다. 산업 미디어와 제품 전문가 등 시장 리더들은 긍정적인 반응을 내놨으며 닌텐도의 미국 시장 진출에 날개를 달아 주었다. 결국 빠른 속도로 소비자에게 파고들었던 닌텐도 제품은 사흘 만에 품절됐다. 기업의 전략적 마케팅과 해외 전시회의 성공적인 결과는 광고 한번 없는 마케팅 전략 전술로 론칭 13주 만에 유례없는 판매 기록을 만들었다. 현재도 세계 기업들이 벤치마킹하는 성공적인 전시회 마케팅 사례로 남았다.

해외 전시회를 통해 메시지(USP)를 부각시키고, 나아가 레퍼런스를 만들고 각인시킬 수 있는 전략적 접근을 검토해보자.

첫째, 전시회 마케팅에 반드시 파악해야 할 부분 중 하나라면 바로 전시회 주제를 확인하는 것이다(주제가 결정되지 않은 시점이라면 현지 시장 동향을 파악해 목표 수립에 적극 반영할 수 있다). 해마다 열리는 동일한 전시회라도 주제는 다르다. 전시회 주최 측 자료를 파악한다. 이의 이해 없이 출시 제품을 선정하거나 메시지를 수립하면 현지 ‘코드’와 전혀 어울리지 않는 엉뚱한 제품·메시지로 낭패를 볼 수 있다. 이때, USP가 전시회 주제와 적절한지 점검하고, 나아가서 이를 증명할 수 있는 적극적인 전술을 적극 활용하는 것이 중요하다.

둘째, 사전 마케팅 과정에서 미디어 & 전문가 투어로 제품 메시지를 부각시킨다. 백화점과 같이 여러 제품이 진열돼 있는 전시장에서 돋보이기란 쉽지 않다. 미디어 & 제품 애널리스트 투어는 사전 마케팅의 대표적인 전시회 전술이다. 주로 작은 규모로 이뤄지며(2~3인) 제품 정보를 사전에 주고받는 브리핑으로 관계 형성에 주력한다.

셋째, 전시회 기간 동안 부스 방문을 유도해 현장 브리핑 기회를 다시 확보한다. 전시회 기간 동안 미디어와 제품 전문가들이 제품을 직접 경험하게 하는 것은 중요하다. 브리핑을 통해 긍정적인 견해를 확보하고, 사후 배포되는 전시회 리포트(리뷰)에 소개·추천될 수 있도록 유도한다. 그들의 리포트는 각종 매체를 통해 전 세계로 파고들어 곳곳의 구매자들에게 전달된다. 제품이나 메시지 각인에 엄청난 영향을 미친다. 리소스가 부족한 소규모 기업에 이러한 브리핑은 최소의 비용으로 최고의 결과를 얻어 낼 수 있는 전술이다.

넷째, e미디어 키트 등으로 제품의 메시지(혜택)를 지속적으로 인식시킨다. 디지털 시대에 힘입어 e미디어 키트 및 메시지가 담긴 다양한 콘텐츠를 SNS, 블로그 등 채널에서 손쉽게 알릴 수 있다. 전략적으로 활용되는 기업의 핵심 마케팅 자료로서 기존에 주로 미디어와의 정보 교환 수단이었던 것과 달리 이제는 바이어들과 직접 접촉하면서 불황속에서 큰 비용 없이 제품을 알릴 수 있는 핵심 전술 중 하나가 됐다. 특히, 전시회 전후 기간 동안 전략적으로 활용해 핵심 방문객을 확보할 수 있는 장점이 있어 효과적이다.

임수지 에머슨 대학 교수·트라이벌 비전 부사장 sim@tribalvisio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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