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눈에 보는 과학뉴스]호두가 대장암 진행 늦춰

대장암은 세계적으로 발생률 3위를 차지하는 암이다. 우리나라는 세계에서 가장 많은 대장암 환자를 기록하고 있다. 2012년 국가 암 등록 통계에 따르면 대장암은 국내에서 3번째로 많이 발생하며, 남성이 더 많이 발병한다. 우리나라 대장암 발병률은 1999년 인구 10만명 당 21.2명에서 2012년에는 38.6명으로 가파르게 상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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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은 평소 식습관으로 예방할 수 있다. 임상 연구에 따르면 남성 대장암 환자 30~50%와 여성 대장암 환자의 20%가 식이요법과 생활습관 개선으로 대장암 발병 예방 효과를 확인했다.

이런 가운데 최근 호두가 동물 대장암 세포 유전자를 변형해 진행 속도를 늦춘다는 연구결과가 나와 주목된다.

하버드의대 부속 베스 이스라엘 디컨니스병원 크리스토스 만조로스 교수팀은 호두가 포함된 식단이 대장암 세포 유전자를 변이시켜 암세포 성장 속도를 늦춘다는 동물 실험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호두 섭취가 유전자 발현을 선택적으로 제어하는 유전물질인 마이크로 리보핵산(miRNA) 변이에 영향을 준다는 사실을 최초로 발견한 것이다.

연구팀은 실험 쥐를 두 그룹으로 나눠 한 그룹에는 1일 성인 호두 섭취 권장량 2배인 2온스(56.7g)가 포함된 먹이를 주고, 다른 그룹은 호두가 포함되지 않은 유사 먹이를 공급했다. 총 25일 동안 매일 2회씩 먹이를 제공한 결과 호두를 섭취한 실험 쥐 그룹 주요 miRNA가 대장암 세포의 염증, 혈액 공급, 확산에 영향을 미쳐 대장암의 진행을 늦출 수 있음을 확인했다.

또 호두를 섭취한 실험 쥐 세포 내 오메가3 지방산 수치가 호두를 섭취하지 않은 쥐 보다 10배 높았다. 오메가3 지방산 수치가 높을수록 종양 크기가 작다는 사실도 밝혀냈다. 연구팀은 호두를 섭취한 실험 쥐 암세포 성장속도가 호두를 섭취하지 않은 실험 쥐보다 현저히 느려진 것도 확인했다. 연구팀은 동물 실험 연구결과인 만큼 인체 적용은 한계가 있다는 의견을 내놨다.

크리스토스 만조로스 교수는 “호두 섭취가 국소 대장암 세포 miRNA 발현 프로필 변화에 유의미한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과 호두에 포함된 지방산이 직접적으로 또는 다른 성분과 시너지 효과를 일으켜 대장암 세포를 억제하는 효과를 보인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다”며 “추가 연구가 필요하지만 향후miRNA를 질병 바이오마커이자 잠재적인 대장암 치료 타깃으로 활용하는 것에 낙관적인 시각을 가지고 있다”고 밝혔다.

앞서 국내 연구팀도 호두가 대장암 발병 위험을 낮출 수 있다는 유사한 연구결과를 발표한 바 있다.

이화여대 김유리 교수팀은 지난 3월 미국 보스턴에서 열린 ‘2015 실험생물학 학술대회’에서 호두 속 페놀염 추출 성분이 대장암 줄기세포 및 대장암 줄기세포능 생성 속도를 늦춘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대장암 줄기 세포는 대장암 세포 하위 단위로 자가 증식과 확산을 통해 대장암 진행과 재발에 중요한 영향을 미친다.

호두는 대표적인 건강식품으로 항염 작용에 효과적인 오메가3 지방산 일종인 알파리놀렌산을 풍부하게 함유하고 있다. 항산화성분과 다양한 비타민, 무기질도 들어 있다. 암 예방효과 외에도 두뇌 건강과 피부에 좋은 식재료로 널리 알려져 있다.

단 호두는 칼로리가 높아 많이 섭취하면 다이어트에 좋지 않다. 하지만 불포화지방산이 많아 다이어트 시 지방 섭취 원으로 활용하면 좋다.

권건호기자 wingh1@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