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SDS가 자사 서비스 최적화와 비용 절감을 위해 서버·스토리지 등 컴퓨팅 장비를 맞춤형으로 도입하는 방안을 구체화한다.
17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SDS는 맞춤형 장비 도입을 위해 미국 서버 전문 업체 S사에 제품 개발 및 제조를 의뢰했다. 구체적인 구매 절차가 진행 중이며, 삼성SDS는 장비가 입고되면 성능 검증 후 입찰을 통해 맞춤형 서버 도입을 본격화할 계획이다.
삼성SDS 관계자는 “구글·페이스북 등이 자체 서버를 제작하는 것처럼 회사에 필요한 컴퓨팅 장비를 맞춤형으로 도입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며 “테스트 준비 과정”이라고 전했다.
회사는 맞춤형 장비 도입 이유를 클라우드 등 자사 서비스에 최적화된 시스템을 갖추기 위한 것이라고 밝혔다. 서비스 품질을 극대화하도록 삼성SDS가 규격과 부품을 세부적으로 결정하고 이를 구현한 장비를 도입하겠다는 것이다.
삼성SDS의 행보가 관심을 끄는 건 구매 방식 변화에 따른 국내 컴퓨팅 업계에 파장이 예상되서다. 그동안 삼성SDS는 완제품을 구입해 자체 활용하거나 고객사가 필요로 하는 시스템을 구축해왔다. 그러다보니 공급 업체 입장에서는 맞춤형 제작이 필요 없었다.
그러나 맞춤형 장비 구매가 본격적으로 시행되면 상황이 달라진다. 삼성SDS 요구에 대응하지 못하는 장비 업체는 공급 기회를 놓치게 된다. 실적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사안이라는 얘기다.
삼성SDS는 국내 최대 IT 서비스 기업이다. 게다가 삼성그룹 내 정보화 사업에서 핵심적 역할을 담당한다. 삼성SDS가 현재는 자사 서비스를 위한 인프라로 맞춤형 장비 도입을 추진 중이지만 향후 이를 삼성그룹 계열사를 포함해 다른 고객사로 확대하면 장비 업계에 미칠 영향은 더 커질 수 있다.
일각에서는 삼성SDS가 맞춤형 장비 도입을 추진하는 것이 단순히 서비스 최적화나 구매 효율화 차원은 아니라고 해석한다. 장기적 관점에서 제조에 대한 영향력을 확대하려는 의도라는 해석이다.
한 외국계 컴퓨팅 업체 고위 관계자는 “삼성SDS가 전략적으로 삼성전자 반도체 사업과 시너지를 모색하고 하드웨어 제조 영역에서도 일정 부분 역할을 하려는 것 같다”고 주장했다.
구매 결정권을 앞세워 삼성전자 D램이나 낸드 플래시 적용을 보다 적극적으로 도모하려는 계획이란 풀이다. 실제로 삼성SDS는 국내외 컴퓨팅 업체 대상으로 낸드플래시와 D램 등 메모리를 제외한 제품 공급 가능 여부를 타진하기도 했다.
삼성SDS는 확대 해석이란 입장이다. 회사 측은 “맞춤형 장비 도입은 서비스 최적화를 위한 방안 중 하나일 뿐”이라며 “설계나 제조에 직접 뛰어들 계획은 없다”고 밝혔다.
윤건일기자 benyu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