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도 대한민국 운명은 국내뿐만 아니라 세계 시장으로 눈을 돌려야만 발전할 수 있습니다.”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13일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경제5단체장 초청 해외진출 성과 확산 토론회’에서 세계를 우리 시장으로 생각해 도전해야 하다며 강조한 말이다.
정부는 물론이고 경제계가 중동 및 중남미 순방성과 확산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중남미는 경제규모와 수출성장 잠재력에서 볼 때 우리기업에 가장 중요하게 떠오르는 시장이다. 중남미 지역은 우리나라 대표적인 무역흑자 시장이다. 지난해 한국 대중남미 무역수지 흑자규모는 176억달러다. 작년 전체 무역수지 흑자 474억달러의 37%에 해당한다.
중남미는 GDP 6조달러, 인구 6억명 거대 경제권이다. 2001~2011년 평균 GDP 성장률 3.4%로 세계 평균치를 상회한다. 현대기아차, 삼성전자, LG전자 등 대기업과 협력사, 여러 중소기업이 생산공장 설립 등 현지투자를 통한 진출이 최근 활발하다.
이번 순방에서도 알 수 있듯이 IT와 의료 등 우리나라가 강점을 지닌 분야는 곧 성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전략적인 접근이 필요하다. 이에 전자신문은 우리기업 중남미 성과와 향후 진출과제를 논의하기 위해 대통령 순방에 동행했던 기업 관계자, 전문가들 긴급 좌담회를 개최했다.
김정관 한국무역협회 부회장
서광현 한국무역정보통신 대표
진충렬 LG CNS 전략사업단장
사회=김동석 전자신문 부국장
-사회(김동석 전자신문 부국장)=중남미 시장은 각종 지표에서 우리가 간과할 수 없는 매우 중요한 시장이다. 그러나 우리나라와 가정 먼 곳에 있는 물리적인 거리만큼 일반 대중뿐 아니라 기업도 잘 모르는 부분이 많다. 중남미 시장은 어떤 시장이며 향후 전망은 어떤가.
◇김정관 한국무역협회 부회장=최근 3년 동안 수출액만 약 566억달러 규모다. 대통령 순방 이후 수출이 늘어나고 있는 상황이다. 중남미는 우리가 개척해야할 부분이 많은 시장이다.
지난 10년간 높은 성장세를 이어왔지만 원자재 가격하락과 중국·유럽 등 경기둔화, 정치 불안 등으로 인해 향후 성장세는 조금 낮아질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태평양동맹국가(멕시코, 콜롬비아, 페루, 칠레)들이 시장개방에 적극적이고 남미공동시장기구(MERCOSUR) 회원국 중 브라질이 자유무역협정(FTA) 가능성을 내비치는 등 경제분야에 있어 친시장, 친개방 움직임이 높아지고 있다. 페루 독립 200주년 국가개발계획, 브라질 경제성장촉진프로그램 등 우리기업 사업참여 기회가 많이 존재한다.
중남미는 전반적인 ICT와 인프라 수준이 우리보다 낮고 우리나라로부터 선진 기술과 시스템을 배우기를 희망하고 있다. 우리 ICT기업 진출 적기다. 이번 정상 방문을 계기로 좀 더 크게 진출할 수 있는 기회가 만들어졌으면 한다.
-사회=박 대통령 순방에 동행했던 기업인으로서 현지 시장 상황과 분위기는 어떤가.
◇진충렬 LG CNS 전략사업단장=한국에 관심이 많다. 전쟁을 거친 나라가 불과 몇십년 만에 세계 10대 경제대국으로 성장한 것에 대한 모범 사례로 여기고 있다. 비즈니스를 하는데 필요한 정서적 환경은 좋다. 빠른 성장 동인을 찾는 측면에서 우리나라 교육·ICT·공공서비스 체계에 대한 관심이 높다.
LG CNS는 가시적인 성과도 만들고 있다. 3000억원 규모 콜롬비아 보고타 교통카드시스템과 4000만달러 ICT 교육 역량 강화 사업도 수주했다. 이를 거점으로 페루, 브라질 주요 국가에 진출할 수 있는 기회가 만들어지고 있다.
예상보다 더 많은 기회가 존재한다. 정상 순방을 통해 정부차원 협약을 체결한 것을 계기로 의미 있는 성과가 있었다. 이미 페루에서 형사사법통합정보시스템 브리핑을 하는 등 몇 년 내에 전자정부 시스템에 대한 가시적인 성과가 기대된다.
◇서광현 한국무역정보통신 대표=전자무역에 대한 중남미 국가 관심은 뜨겁다. 수출다각화·중소기업 육성을 위한 전자무역시스템 구축에 관심이 많다. 콜롬비아, 페루, 브라질 등은 전자무역을 국가 어젠다로 삼고 있다.
현재 중남미 14개 국가가 전자무역싱글윈도우 시스템을 구축·운영 중에 있고 항만 자동화 및 국가 간 전자무역을 추진 예정이다.
중남미 지역 한국형 전자무역시스템 수출 대상국은 전자무역을 통해 무역활성화 및 지속적인 경제성장을 추구하는 라틴아메리카 및 카리브해 지역경제시스템(SELA) 27개 회원국이며 총 규모는 약 2억~8억달러로 추정된다.
한·콜롬비아, 한·브라질 정부 간 전자무역 협력 MOU와 한국 정부 ODA사업을 기반으로 페루 국가전자무역시스템(VUCE 2.0) 구축사업에 지속적으로 협력하기로 합의했다. 실질적인 사업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
-사회=많은 기회요인이 있지만 기회는 위험이 동반된다. 중남미지역 위험요인은 무엇이며 기회요인을 살리기 위한 정부 차원 어떤 지원이 필요한가.
◇서광현=성장률 저하와 함께 중남미 국가 정치적 안정도가 낮다는 점이다. 남미공동시장기구가 있는데 태평양동맹국가 같은 개방구조가 아니다. 이를 주도했던 차베스 베네수엘라 대통령 사망 이후 중남미 좌파 물결이 완화되는 분위기다.
속도는 느리지만 개방경제 물결이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 시간이 지날수록 기회비용이 우위를 점할 것으로 기대한다. 한류에 대한 이미지가 좋다. 이를 활용하면 무역확대 쪽에 잠재력을 가질 수 있다. 우리기업이 이를 활용할 수 있도록 정부와 주요 기관의 적극적인 지원이 필요하다.
◇김정관=무역협회는 정보제공이라는 가장 현실적인 문제부터 접근할 것이다. 중남미는 개별 중소기업이 시장 정보를 얻기 쉽지 않다. 우리기업 현지 진출이 늘어나면 무역협회 지부를 설립해 중남미 지역 허브를 만드는 것도 고려하고 있다.
정부 차원에서도 조금 더 지원을 했으면 한다.
이미 FTA를 체결한 칠레, 페루, 콜롬비아 3개국 이외에 적극적인 추가 FTA 추진이 필요하다.
멕시코, 브라질이 가장 큰데 멕시코(TPP 11개국 중 하나)는 TPP를 통해 자동적으로 해결될 것으로 보이고 브라질은 개별 국가 FTA를 좀 더 적극적으로 추진할 필요가 있다.
더불어 높은 비관세 장벽 철폐 노력도 필요하다. 수출입물품 제조, 운송, 보관, 통관 등 무역 관련된 국제 표준인 AEO 국가 간 상호인증 등을 통해 이를 극복할 필요가 있다.
◇진충렬=네트워크가 없어 힘든 점이 있다. 물리적으로 떨어져 있고 국가 자체 리스크도 존재한다는 점도 어렵다. 중남미 국가는 페이먼트 체계가 불명확하다. 현지 사업을 위한 적합한 회사나 정보를 찾는 것도 쉽지 않다.
이런 측면에서 G2G 프로그램 지원이 필요하다. 최적 정보를 빠른 시간 내에 얻을 수 있으면 좋을 것 같다.
리스크 상쇄를 위해 기업도 대기업·중견기업·중소기업이 선단을 이뤄 진출하는 것이 필요하다. IT서비스를 예로 들면 디바이스·소프트웨어·설계분석·컨설턴시 등이 협력 진출한다면 더 좋은 성과를 낼 것이다. 분야별, 규모별 모듈화를 통해 각 사업별 진출 전략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김정관=힘들지만 대기업은 여력이 있다. 문제는 중소·중견기업 진출을 늘려가는 것이다.
외교부 산하 한국국제협력단(KOICA) 국가개발원조(ODA)나 기획재정부 경제발전경험공유사업(Knowledge Sharing Program) 등 비중을 높여야 한다.
현재 중남미에서 중국 약진이 두드러진다. 국가차원 ‘차이나 머니’ 물량 공세가 한창이다. 대부분 개도국인 중남미 국가 진출을 위한 프로그램을 더 집중 지원하면 우리 기업이 진출하는데 더 힘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현재는 규모도 작지만 부처별 협력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측면이 있다. 이를 좀 더 효율적으로 관리, 활용할 필요가 있다.
-사회=순방외교 성과가 어느 정도 나타나고 있다. 문제는 이를 확대 발전시켜 지속적으로 끌고 가야 하는 것인데 이를 위해 필요한 것은 무엇인가.
◇김정관=어차피 기반은 닦였다. 이를 제대로 활용하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 무역협회도 TF를 만들어 민간 무역사절단을 꾸리는 등 성과를 이어가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다. 현재 중남미 공략을 위해 좀 더 연구할 필요가 있다. 유망품목을 만들어 하반기 중 중남미를 다시 찾을 것이다.
순방 성과를 떠나서 한국제품, 문화, 서비스 등이 제대로 진출할 수 있는 마스터플랜을 짜야 한다. 앞서 언급된 산업별, 기업규모별 모듈화 전략이 반드시 필요하다.
◇진충렬=단순히 상품을 팔기 위한 전략은 한계가 있을 수 있다. 눈에 보이는 제품만 수출하는 것이 아니라 해당 국가 요구와 필요한 요소를 잘 파악해 유의미한 시스템으로 만들어가는 노력이 필요하다.
전자정부 수출이나 ICT 수출을 편하게 얘기하지만 실제 국가 인프라와 관련된 부분이라는 점에서 어렵다. 국가대 국가 비즈니스 환경 조성이 필요하다.
중남미는 중국이 원조와 각종 지원을 통해 장악하고 있다. 그런 측면에서 우리나라도 좀 더 공격적이고 적극적인 접근이 필요하다. 실제 공적개발원조 규모와 유상원조 규모를 늘릴 필요가 있다. 중남미 인구, 자원, 개발정도 가능성을 볼 때 투자가치가 있다.
정부가 ODA 등을 통해 지원하고 기업은 중장기적으로 현지 파트너십 활용을 통해 현지화에 성공한다면 향후 우리 경제에 큰 도움이 될 것이다.
IT뿐 아니라 의료바이오 등 우리가 강점을 가진 분야가 많다. 강점을 가진 분야를 모듈화해 국가별, 사업별 진출 전략을 구사하면 좋은 성과로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서광현=중남미 국가에 바로 사업으로 들어가기는 힘들다. 우리 회사도 2011년부터 준비해 올해부터 페루 사업을 시작할 정도다. 초청연수 등을 통해 상호 이해를 넓히고 어려운 나라는 ODA를 마중물로 삼는 등 전략적인 접근이 필요하다.
각 부처차원을 넘어 각종 협단체, 지원기관 등 민관의 총체적인 역량 결집이 필요하다.
◇김정관=비슷한 맥락에서 정부에 요청하고 싶다. 중남미는 국가규모, 시장규모에 비해 잠재력이 큰 나라이고 대륙이다. 좀 더 정부 지원 대책, 리소스를 전략적으로 활용할 필요가 있다. 처음 진출하는 국가는 ODA 등을 통해 기업 진출을 유도하는 전략적인 접근이 필요하다.
기업을 위해 정보를 수집해 필요한 사람, 기업에 제공해야 한다. 공공기관 역할이 필요한 부분이다. KOTRA 무역관을 확대하는 방안 등도 고민해야 한다.
정보 다음은 금융이다. 현재 수출입은행이나 무역보험공사 지원은 모든 지역에 일률적인 기준을 적용한다. 처음 진출하는 어려운 시장은 리스크를 정부가 일부 나눠 가질 필요가 있다. 가능성 큰 시장에 대한 좀 더 적극적인 대책이 필요하다.
◇서광현=정부 공적원조 규모도 다양화할 필요가 있다. 중소기업 진출을 활성화기 위해 큰 규모뿐 아니라 적은 규모의 전략적인 지원도 필요하다. 대외경제협력기금(EDCF) 등은 규모가 커 중소IT업체가 접근하는데 한계가 있다. 소규모 프로젝트에 대한 지원도 가능했으면 한다.
지원, 배려 등 정부 역할이 없이 민간 스스로가 개척하기에는 어려움이 있다. 공략 요충지에 대한 전략적 배려가 필요하다.
정리=
홍기범기자 kbho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