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분석]과학기술 거버넌스 대수술

정부가 국가 과학기술 컨트롤타워 기능을 강화하기 위해 거버넌스 체제를 대수술한다. 국가 연구개발(R&D)을 종합적 시각에서 보는 기관이 없고 추진전략도 없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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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 R&D 주무부처인 미래창조과학부 조직은 물론이고 정책지원을 담당하는 기관 통합, 부처별 R&D 전문관리기관 재편까지 대대적 작업이다. 거버넌스 체제 개편에는 법 개정이 수반되기 때문에 후속 작업에 속도를 내야 할 것으로 보인다.

혁신방안이 제시한 컨트롤타워 체제가 과거 과기혁신본부 시절과 유사하다는 지적도 있지만 국가 전략적 차원에서 정부 R&D투자 종합 청사진이라는 점에서 차별화했다는 정부 설명이다.

◇삼각 컨트롤타워 구축

새로 구축하는 과학기술 컨트롤타워는 국가과학기술심의회-정책지원기관-R&D 전문관리기관으로 이어지는 구조를 정비하고, 강화하는 것이 핵심이다.

우선 국과심을 재편하기 위해 국과심 사무국 역할을 맡을 ‘과학기술전략본부(가칭)’를 미래부 안에 별도 조직으로 분리·설치한다. 과기전략본부는 과거 통상교섭본부처럼 인사와 조직 등을 독립적으로 운영할 계획이다. 과기전략본부장 직급을 어느 정도로 할지 추후 결정하겠다고 했지만 최소 차관급은 돼야 부처 간 의견 조율 등 업무를 원활히 수행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국과심 내 산업계 비중을 확대하고 중소기업청장을 위원으로 참여하도록 했다. 국과심 산하 위원회로 중소기업전문위원회도 신설한다.

정책지원 기능을 강화하기 위해 R&D 기획과 평가를 담당하는 기관인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KISTEP)’과 과학기술 관련 정책연구를 하는 ‘과학기술정책연구원(STEPI)’을 통합한다. 여기에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KISTI) 정보수집과 분석 기능을 더해 ‘과학기술정책원(가칭)’으로 설립할 계획이다. 과학기술정책원은 국과심과 과학기술전략본부 정책지원을 수행하는 싱크탱크가 된다.

부처별로 분산된 18개 R&D 전문관리기관도 효율적으로 재편한다. 일부 기관 통·폐합과 기능 조정 등이 예상된다. 여러 부처 이해관계가 엇갈린 만큼 과기계 폭넓은 의견수렴을 거쳐 단계적으로 추진한다.

내용적으로는 산업계와 시장 중심으로 기획전문가(PM)를 확대하는 등 기획평가 지원을 강화할 계획이다.

◇R&D 전략에 방점

혁신방안이 제시하는 컨트롤타워 구조는 참여정부 과기혁신본부 체제와 유사하다. 출연연을 기초·원천, 산업기술, 공공연구로 나누는 구조 역시 과거 참여정부 3개 연구회 체제와 맥을 같이한다.

과기전략본부는 형태적으로는 과기혁신본부를 닮았다. 지난 2008년 OECD는 ‘한국 국가기술혁신체계 진단보고서’에서 “한국 과학기술부총리 및 과학기술혁신본부 체제는 회원국 중 가장 선진화된 시스템”이라고 평가하고 과학기술 관련 정책 조정능력 향상을 장점으로 꼽았다.

미래부는 과기전략본부가 과기혁신본부 장점을 이어받으면서 업그레이드됐다고 강조한다.

최종배 미래부 창조경제조정관은 “신설할 과기전략본부는 전략에 방점을 뒀다는 점에서 과거 혁신본부와 차이가 있다”면서 “각 부처가 제각각 정책을 세우면서 효율이 떨어지는 부분을 보완하고 정책을 강화하는 차원에서 전략본부를 만드는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전략본부 인력은 현재보다 확대하기 위해 보강이 필요하다”면서 “구체적으로 어디를 보강할지는 논의해야 하지만 미래부와 타 부처, 민간까지 아우르는 조직으로 구성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법 개정 등 후속조치 속도 내야

혁신방안이 실제로 구현되기까지는 넘어야 할 산이 많다. 제도 개선 등은 즉시 추진할 수 있지만 조직개편이나 기관 통합은 법 개정이 필요하다. 18개 R&D 전문관리기관은 15개 부처·청에 분산돼 법 개정 작업이 국회 여러 상임위에서 함께 진행돼야 한다.

문제는 시간이다. 내년 4월 총선이 예정돼 있어 법 개정을 위한 시간이 많지 않다. 총선 이전에 마무리하지 못하면 새로 구성되는 상임위에서 다시 개정을 추진해야 한다. 총선 이후에는 현 정권 임기가 2년도 채 남지 않은 상황이라 정부조직 개편 등 작업이 수월하지 않을 수도 있다.

미래부는 원칙대로 추진하되 최대한 빨리 혁신방안이 적용될 수 있도록 하겠다는 방침이다.

이석준 미래부 1차관은 “과기전략본부 신설 등 미래부 조직개편은 연내에 마무리하겠다”면서 “혁신방안 이행을 위해 조만간 구성될 범부처 TF 논의를 거쳐 최대한 빨리 혁신방안을 적용하겠다”고 전했다.

최종배 조정관도 “국가 R&D는 어느 정부냐에 관계없이 계속되는 것이고 정부가 고민하는 문제라면 바꿔야 한다”며 “일부 제도적 변화는 당장 시행할 수 있고, 법 개정이 필요 없는 부분은 연내 완료할 생각”이라고 강조했다.

박근혜 대통령은 거버넌스 개편과 관련 “국가 전략적 차원에서 R&D투자 종합 청사진을 마련하고 부처별로 분산된 R&D사업 범정부적 컨트롤타워 기능을 강화해야 한다”며 “장롱특허를 양산하는 ‘묻지마’식 관행적 투자, 연구시설·장비 등 하드웨어 위주 투자를 지양하고 철저한 성과검증에 기초한 과감한 구조조정이 긴요하다”고 강조했다.

권건호기자 wingh1@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