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텐츠산업 수출은 문화와 생각을 파는 일이다. 그만큼 어렵고 힘겨운 작업이다. 한번 수출길이 열리면 오랜 기간 팬층이 만들어지고 다른 산업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 높은 부가가치가 쌓인다. 미국 영화·애니메이션이, 일본 만화·캐릭터가 그렇게 세계시장을 반세기 넘게 장악해 왔다.
우리 정부가 게임, 애니메이션, 캐릭터, 영화, 웹툰 산업 장르별로 수출 방안을 짜는 등 미시적 전략 마련에 나선 것은 박수 받을 일이다. 그 중에서도 중국을 파고들기 위한 콘텐츠 분야별 대응 전략은 13억 중국인의 마음까지 사야 하는 중대한 작업이다.
2년 뒤 우리나라 콘텐츠산업이 수출 100억달러 고지를 밟기 위해선 중국이란 관문을 반드시 통과해야 한다. 중국은 가장 많은 콘텐츠 소비자를 갖고 있으면서, 동시에 가장 강력한 정부 가이드라인이 작동하고 있는 국가다. 우리 정부가 업계와 다각적인 논의를 진행해 수출 지원책을 짜고 걸림돌을 없앤다 하더라도 중국 정부가 ‘노(No)’라고 하면 안 되는 게 중국 콘텐츠 수출이다.
우리 정부가 보다 적극적으로 중국 정부 설득에 나서야 하는 이유다. 자유무역협정(FTA) 본 서명에 들이는 노력만큼, 문화체육관광부·미래창조과학부·중기청 등이 범정부적으로 중국을 설득하고 이해시키려는 공을 들여야 한다.
사회주의 중국은 인민의 생각과 정신을 피폐하게 만드는 도구라며 콘텐츠와 인터넷을 지목한다. 이런 경직된 시각과 편견을 움직일 수 있는 보다 면밀하고, 장기적인 접근이 요구된다. 중국 현지 퍼블리싱·서비스 측면에서 우리 기업이 쥘 수 있는 결정권 여지를 조금이라도 넓히는 협상력을 발휘할 필요가 있다.
콘텐츠 업계는 수출을 실력으로 늘릴 수 있다고 자신한다. 다만, 공정한 경쟁과 시장질서 속에서 우리 기업이 차단당하지 않도록 하는 환경은 정부가 국가 간 협상을 벌여서 만들어줘야 한다.
이진호기자 jholee@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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