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재생에너지 분야 연구개발(R&D) 성과가 축적되지 못해 막대한 예산이 낭비되고 있다는 주장이 나왔다. 이 문제 해결을 위해 정부 연구기관과 민간기업 간 협력 시스템을 구축하는 등 신재생에너지 R&D 개편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허은녕 서울대 교수는 지난 8일 서울 역삼동 리츠칼튼호텔에서 열린 ‘2015년 제5차 에너지미래포럼’에 패널로 나와 “신재생에너지 분야 주목할 만한 기술적 성과가 많지 않은 것은 R&D 체계상 문제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허 교수에 따르면 우리나라 에너지 분야 R&D 예산 60% 이상이 원자력과 신재생에너지 분야에 집중 투입된다. 원자력은 공기업과 정부 출연연구소(출연연) 중심으로 R&D와 관리가 이뤄져 기술 성과가 계속 축적되는 반면에 신재생에너지 분야는 일회성에 그쳐 기술 발전이 더디다는 게 허 교수 설명이다.
그는 “신재생에너지 R&D는 주로 민간기업 주도로 이뤄지고 있어 사업을 접거나 개발을 중도 포기하는 사례가 많다”며 “그간 약 1조5000억원에 달하는 예산이 투입됐지만 내세울 기술이 확보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어 “그간 보급 중심 신재생에너지 정책을 유지한 결과”라며 “정부와 민간이 협력해 성과를 지속 이어갈 수 있는 R&D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익형 두산중공업 전무는 “신재생에너지 정책이 보급 확대에 치중해 시장은 성장했지만 산업은 상대적으로 실효성 있는 성장을 못이뤘다”며 “우리나라는 후발주자로 기술적 열세며 국내 시장규모도 작아 이런 특수성이 정책 입안시 반영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 전무는 두산중공업 풍력사업을 예로 들며 “풍력발전기 조립업체 절반 이상이 사업을 철수할 정도로 수익성이 악화된 상태”라며 “투자자가 수익성을 예측하기 어려워 투자를 보류하는 상황인 만큼 예측 가능한 정책을 펼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박일준 산업통상자원부 에너지자원정책관은 신재생에너지 분야 지속 지원의지를 밝혔다.
박 국장은 “유가 등 이슈와 상관없이 신재생 보급은 국가 목표 달성을 위해 꾸준히 늘려나갈 계획”이라며 “태양광 렌털 사업과 같이 소비자 편의와 경제성에 초점을 맞춘 보급모델을 추가적으로 발굴하는 것은 과제”라고 말했다. 이어 “신재생 전문기업 신고제, 건축물 인증제 등 실효성이 낮은 제도를 폐지하고 융자사업 신청서류를 간소화하는 등 실질적 혜택을 주는데 주력하겠다”며 “소관 법령과 공공기관 소관 하위지침까지 검토해 불합리한 규제와 제도를 뜯어고치겠다”고 말했다.
최호기자 snoop@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