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소재·부품 업체가 무인자동차·전기차 시대를 맞아 해외 업체로부터 러브콜을 받고 있다.
한국 기업은 카메라·인쇄회로기판(PCB)·커넥터 등 무인자동차·전기차에 쓸 수 있는 하드웨어 기술을 보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하드웨어뿐 아니라 솔루션 기반 제품 개발 업체도 잇따르고 있어 해외 무인자동차 개발 업체와 국내 소재·부품 업체 간 협력은 더욱 가시화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 1분기 미국 전기차 업체 테슬라는 국내 자동차 전장 부품 업체 발굴을 위해 엔지니어 수십명을 한국에 파견했다. 테슬라는 주로 일본산 소재·부품을 썼다. 자동차용 소재·부품은 운전자 안전과 직결된 만큼 높은 신뢰성을 요구하기 때문이다.
최근 일본산 소재·부품을 주로 쓰던 구매 방침을 바꿨다. 한국산 전장 부품 품질 수준이 높아진 데다 기존 일본 후방 공급망(SCM)으로는 소재·부품 수급이 불안정하다는 우려 때문이다. 애플 출신 엔지니어가 테슬라로 대거 이직한 것도 영향을 미쳤다. 애플은 반도체·디스플레이·카메라모듈 등 상당수 소재·부품을 국내 기업으로부터 조달하고 있다. 이들은 한국산 소재·부품 조달에 긍정적인 편이다.
구글·애플 무인자동차 개발팀뿐 아니라 일본 덴소·중국 비야디(BYD) 등 자동차 전장 업체도 국내 전장 부품 업체에 러브콜을 보내고 있다. 현대·기아차 등 국내 완성차 업체는 국내 협력사 해외 이탈을 막기 위해 단속에 힘쓰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기차·무인자동차 시대에 주목받는 국내 기업으로는 삼성전자·LG이노텍·한국단자공업·엠씨넥스·MDS테크·미동전자통신·팅크웨어·에이스테크 등이 손꼽힌다.
삼성전자는 시스템LSI 사업부를 중심으로 향후 차량용 시스템 반도체 시장 진출을 검토 중이다. LG이노텍은 차량용 모터/센서, 발광다이오드(LED), 통신 모듈 등을 공급하고 있어 차세대 자동차 관련 솔루션을 대거 보유하고 있다. 엠씨넥스는 세계 5위, 국내 1위 차량용 전장 카메라 업체로 향후 무인자동차용 카메라뿐 아니라 센싱 솔루션도 개발 중이다. 자동차 전장 카메라 시장에서 탄탄한 글로벌 네트워크를 보유한 것은 상당한 강점이다.
한국단자공업은 자동차용 커넥터 기술에 특화돼 있어 경쟁력이 있고, 에이스테크는 통신 기술 기반 차량용 레이더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MDS테크는 차량용 임베디드 솔루션 분야에서 독보적인 기술로 선두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미동전자통신은 블랙박스 기술을 기반으로 제품 포트폴리오 확대에 힘쓰고 있다.
증권가 한 애널리스트는 “이미 자동차 부품 중 전자 부품 비중이 60~70%까지 올라오는 상황”이라며 “IT 관련 소재·부품 업체도 기술력만 있다면 전기차·무인자동차 시장에 진출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형수기자 goldlion2@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