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 명품 시장이 유명세를 키워가고 있다. 유명 백화점에 이어 샤넬·루이비통·헤르메스 등 명품 브랜드도 온라인 시장에 주목한다. 다른 소매 산업과 달리 명품 브랜드는 지금까지 자사 물건을 온라인에서 판매하길 꺼려왔다.
프라다·크리스찬디올은 여전히 자사 의류를 오프라인 매장에서만 판매한다. 스테파노 칸티노 프라다 마케팅·상업 개발 총괄은 “우리가 만드는 옷의 수준과 이미지를 고려해 자체 매장에서만 팔도록 하고 있다”며 “제품을 직접 입어보는 물리적 환경이 필요하고 부띠끄에서만 제공할 수 있는 서비스도 있다”고 말했다.
아난트 샤르마 컨설팅 전문 업체 매터오브폼(Matter of Form) 컨설턴트는 “다수 명품 브랜드는 온라인에서 혁신적이고 창조적인 것을 만들지 못한다”며 “이들은 온라인에서 뭔가 시도하는 걸 두려워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직접 매장에 들러 물건을 사는 소비자 대신 온라인에서 명품을 구매하는 사람이 늘어나면서 이런 전략이 흔들리고 있다고 로이터가 26일 보도했다. 최근 명품 브랜드 전문 온라인 쇼핑몰 두 곳이 합병을 결정하면서 위기감이 커졌다는 분석이다.
명품 브랜드가 특히 우려하는 것은 1980~2000년도 사이에 태어난 ‘밀레니엄 세대’ 고객의 유출이다. 이들은 온라인 쇼핑을 익숙하게 여기고 실제로 명품 브랜드 전문 온라인 쇼핑몰이나 고급 백화점 전자상거래 사이트에서 명품을 사는 경우가 많다.
지난달 이탈리아 명품 전자상거래 업체 육스(Yoox)는 영국 명품 전자상거래 업체 네타포르테(NAP)를 인수한다고 밝혔다. 두 전자상거래 업체는 명품 업체와 직접 손잡고 직전 시즌 남은 재고와 팔리지 않은 제품을 사들여 온라인에서 할인가나 아웃렛 매장 수준 가격에 팔아 인기를 끌었다. 지난해 기준 두 업체 매출액 총합은 13억유로(약 1조5152억원)로, 명품 전문 온라인 쇼핑몰로 세계 최대 규모다. 시가총액을 더하면 약 31억2000만유로(약 3조6365억원)에 달한다.
이 소식이 알려진 뒤 얼마 지나지 않아 샤넬은 내년부터 온라인 판매를 시작할 계획이라고 발표했다. 샤넬은 이달부터 네타포르테에 신규 쥬얼리 라인을 3주간 독점 판매 중이다.
루이비통·불가리 등을 보유한 세계 최대 명품그룹 루이비통모에헤네시(LVMH)의 버나드 아르노 회장은 최근 열린 연례 미팅에서 “점점 더 많은 상품이 온라인에서 팔릴 것”이라며 “그룹 차원에서 이에 적응하려 하고 있다”고 밝혔다. LVMH 산하 펜디와 겐조, 에밀리오푸치 등 브랜드에선 상당수 상품을 온라인에서 직접 팔지만 루이비통은 액세서리, 펜, 시계, 보석만 판매 중이다.
시장조사업체 유로모니터 명품 전문 애널리스트 플로어 로버츠는 “육스와 네타포르테 합병은 이 브랜드에 온라인을 선택하지 않으면 시장에서 퇴출될 것이라는 메시지를 던진 것”이라고 분석했다.
전자상거래 플랫폼을 강화하려는 고급 백화점 움직임도 이들을 자극하고 있다.
미국 뉴욕 소재 최고급 백화점인 버그도프굿맨을 포함한 고급 백화점 체인 니만마커스는 지난해 독일 온라인 패션 쇼핑몰 마이테레사를 인수하고 유럽으로 사업을 확장했다. 5~6년 전 온라인 사업 비중은 15%에 불과했지만 현재는 전체의 4분의 1가량이다.
발렌티노, 지방시 등의 브랜드 상품을 판매하는 영국 런던 소재 고급 백화점 해롯(Harrods)도 온라인 투자를 강화할 예정이다. 해롯 온라인 쇼핑몰 방문자는 월 300만명에 달한다.
유로모니터는 최소 5년 내 인터넷을 통한 명품 구매가 전체 명품 매매 플랫폼 중 40%가량을 차지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명품업계 평균 성장률은 4년전 10% 이상이던 것과 달리 올해 5%에 그치는 등 더딘 성장세를 보이고 있지만 온라인에서 판매되는 명품 매출액은 해마다 15~25%가량 커질 것이라고 예측했다.
김주연기자 pillar@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