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 C&C·SK(주), 갑작스러운 합병 배경에는 그룹 위기감 작용

SK C&C와 SK주식회사 합병이 20일 전격 의결됐다. SK C&C와 SK 합병은 수년 전부터 예견했던 일이다. 당초 SK C&C 주가가 SK 주가의 두 배 규모가 되면 합병이 될 것으로 예상됐다. 합병 후 최태원 회장의 지배력이 약화되지 않기 위한 조건이다.

합병을 발표한 전일 기준인 17일 종가로 SK C&C 주가는 23만7500원으로 SK 17만6000원 대비 134.9% 수준이다. 당초 시장에서 예상했던 합병 시점보다는 이른 결정이다.

SK그룹이 합병을 결정한 배경은 그룹 전체에서 일고 있는 위기감 때문이다. SK그룹은 주력인 통신과 에너지 분야가 시장 한계로 정체를 보이고 있다. 내수 산업 한계를 돌파, 글로벌 성장이 요구되는 시점이다. 합병은 SK그룹 신성장 사업 발굴이라는 의지가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SK C&C는 SK엔카네트웍스와 반도체 디바이스 등 신성장 사업을 적극 발굴, 추진한다. 해외 사업으로도 확대, 수익 증대에도 기여한다. 이를 기반으로 지난해 매출액 2조4259억원, 영업이익 2715억원, 순이익 1298억원을 기록했다. SK C&C 관계자는 “기존 옥상옥 형태 지배구조가 문제로 많이 지적됐다”며 “내부 위기 상황에 대한 인식이 팽배해지면서 무엇보다 비정상적 지배구조를 해결해야 한다는 데 의견이 모였다”고 말했다.

SK C&C가 SK를 흡수합병, 실질적 지배회사가 됨에 따라 그룹 내 영향력도 커질 전망이다. 기존 SK는 사업영역을 갖고 있지 않은 지주회사로 SK이노베이션, SK텔레콤, SK네트웍스, SKC, SK건설 SK해운, SK E&S 등 주요 계열사 지분을 25.2~94.1% 보유하고 있다. SK C&C는 이들 회사 지분을 보유한 모(母)회사가 된다. 업계는 SK C&C 지분을 다수 보유한 최태원 SK그룹 회장 지배력이 강화될 것으로 풀이했다.

합병법인 총수 지분은 최태원 회장이 23.4%, 최기원 SK행복나눔재단 이사장이 7.5%를 보유한다. 최태원 회장의 합병 전 SK C&C 지분은 32.9%, 최기원 이사장 지분은 10.5%로 줄어들었다. 합병법인 총수일가 지분은 총 30.9%로 여전히 내부거래 조사 적용 대상이다.

업계 관계자는 “과거 SK 소버린 사태를 겪은 최 회장이 실질적 지배회사인 30.9% 지분을 보유해 안정적인 경영권을 확보할 수 있게 됐다”고 평가했다.


신혜권기자 hkshin@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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