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산짜이(짝퉁) 업체들이 못 만드는 제품은 갤럭시S6 엣지밖에 없어요. 엣지 시리즈도 곧 나오지 않겠어요.’
20년 이상 중국 관련 사업을 해온 지인이 말했다. 중국 시장에 관한 그의 예상은 불행하게도 항상 들어맞았다. 지난 2010년 기자가 중국 선전을 방문했을 때 그는 최대 짝퉁 시장 화창베이를 안내해 준 적이 있다. 당시 그는 중국 산짜이 업체가 조만간 스마트폰도 카피해 낼 것이라고 예상했다. 기자는 스마트폰 같이 소프트웨어(SW) 기술이 중요한 제품은 중국 기업이 쉽게 베낄 수 없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삼성전자조차 몇 년간 고생한 끝에 겨우 제대로 된 스마트폰을 만들던 시점이었다. 중국이 스마트폰을 만들어 낸다는 것은 상상조차 할 수 없었다. 그러나 예상은 빗나가고 말았다.
한때 비아냥 대상이었던 산짜이는 몇 년 사이 중국 정보기술(IT)의 무서움을 대표하는 단어로 바뀌었다. 중국인 사업 수완은 알면 알수록 놀랍다. 무섭도록 치밀하다.
중국 업체들이 먼저 한 일은 고급 피처폰을 흉내 내 만들어 인도·동남아·아프리카 등 신흥 시장에 유통 채널을 만든 것이다. 부족한 기술은 해외에서 받아들여 빠른 속도로 흡수했다. 중국과 대만 협력 체제인 ‘차이완(중국+대만)’ 효과가 큰 역할을 했다. 대만 반도체 전문기업 미디어텍은 저가 베이스밴드칩과 휴대폰을 구동하는 소스코드를 중국 업체에 거의 무상으로 제공했다. 중국 업체들이 피처폰에서 스마트폰으로 쉽게 넘어갈 수 있었던 이유다.
모토로라 등 글로벌 IT 기업을 흡수합병(M&A)하면서 누구나 알 만한 브랜드도 확보했다. 모든 중국 기업이 브랜드를 외부에서 가져온 것만은 아니다. 샤오미는 자체 브랜드로 세계 시장을 놀라게 했다.
중국 기업이 군침을 삼키는 마지막 영역은 소재·부품 산업이다. 중국 정부는 막대한 자금을 풀어 자국 소재·부품 산업을 키우고 있다. 중요도가 높다고 판단되면 투자금 80%까지 저리 대출한다. 언젠가 중국산 엣지 스마트폰이 나오는 시대가 온다. 우리 기업은 뭘 준비하고 있을까.
이형수기자 goldlion2@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