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가계통신비 인하에 승부수를 던졌다. 단말기 지원금(보조금) 상한액을 30만원에서 33만원으로 10% 올린다. 판매점 자율에 의한 15% 추가 지원금을 합하면 최대 37만9500원까지 지원금을 받을 수 있다.
자급제폰(언락폰)이나 중고폰으로 요금할인을 받을 때 할인율도 12%에서 20%로 높이기로 했다.
하지만 소비자 혜택은 그다지 크지 않은 반면에 통신사 마케팅 비용은 크게 급증하는 부작용이 우려됐다. 과도한 마케팅 비용을 줄여 통신요금 인하를 유도한다는 단말기유통구조개선법(단통법) 취지를 역행하는 정책이라는 비판도 제기됐다.
방송통신위원회는 8일 정부과천청사에서 전체회의를 열고 ‘단말기 지원금 상한액 조정에 관한 건’을 논의하고 3만원 인상을 결정했다. 단통법에서는 지원금 상한액을 25만~35만원에서 6개월마다 조정할 수 있도록 했다. 법 시행 6개월이 지났지만 여전히 단말기 구입에 부담을 느끼는 소비자가 많은 데 따른 대응책이다.
박노익 방통위 이용자정책국장은 “이용자 편익에 미치는 영향과 물가상승률, 법 시행 이후 공시지원금 추이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지원금 상향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며 “지원금이 오르는 데 따른 소비자 혜택이 증진될 것”으로 기대했다.
지원금 상향을 반대하는 의견도 나왔다. 통신사가 현재 상한액인 30만원을 다 지급하는 사례도 적을 뿐더러 기존 구매자와 차별이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시장 특성상 지원금을 올리면 다시 낮추기 어려워진다는 지적도 나왔다.
하지만 방통위 위원 대부분은 정부가 정한 25만~35만원 테두리 안에서 조정하는 것이기 때문에 큰 문제는 없을 것으로 내다봤다. 방통위가 정하는 것은 지원금이 아니라 지원금 상한액이며 통신사가 상황에 맞게 지원금 액수를 정할 것이라는 게 중론이다.
최성준 방통위원장은 “국민 관심은 단말기를 구입할 때 구입가가 낮아지는 데 있다”며 “지원금이 높아지면 제조사가 통신사에 장려금을 더 지급할 여지도 생기기 때문에 국민 혜택으로 이어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미래부는 이날 분리요금제 요금할인율을 20%로 8%p 올린다고 발표했다. 분리요금제는 자급제폰이나 약정이 끝난 중고폰으로 지원금에 상응하는 요금할인을 받을 수 있는 제도다. 할인율은 기본적으로 월별 지원금을 매출로 나눠 계산한다.
단통법 시행 초기엔 기준이 되는 기준이 되는 통신사 지원금이 없어 이론적으로 12%를 계산했다. 미래부는 지난해 10월부터 올해 1월까지 통신사별 지원금과 매출 등 자료를 바탕으로 15% 할인율을 도출했다. 여기에 정부가 5%를 가감할 수 있기 때문에 5%를 더해 20%로 결정한 것이다.
소비자는 통신사 약정할인을 받고 가입하거나 약정이 끝난 중고폰이나 자급제폰으로 20% 요금할인을 받을 수 있다. 때에 따라서는 자급제폰을 구매한 뒤 20% 요금할인을 받아 가입하는 게 더 유리할 수도 있다.
20% 요금할인은 4월 24일부터 적용된다. 기존에 12% 할인을 받던 이용자도 6월 말까지 새로운 할인율로 전환할 수 있다.
조규조 미래부 통신정책국장은 “지원금 상한 상향으로 소비자 단말기 비용 부담이 낮아질 수 있고 요금할인 제도를 선택하는 가입자는 현재 부담하는 통신비 20%를 아낄 수 있어 통신비 부담이 크게 낮아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안호천기자 hca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