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서리에 사는 간호사 루이스 챈들러(31)는 얼마전 도로 연석을 들이받는 사고로 크게 놀랐다. 새로 산 르노 클리오의 뒤축이 부러지고, 에어백이 터져서가 아니다. 사고 직후 자신의 보험사로부터 ‘괜찮냐’는 전화를 받아서다. 대시보드 밑 블랙박스가 사고를 자동 감지, 곧바로 보험사에 챈들러의 현 위치와 충돌순간 속도 등 데이터를 전송했기 때문이다.
자동차가 진화한다. 차와 IT기기 간 구분도 모호하다. 완성차 업계의 진화 역시 기존 기계적 플랫폼 보다 빠르게 ‘IT 전장류’가 대체해 나가고 있다. 6일 파이낸셜타임스(FT) 보도다.
차 한 대 만드는데 드는 비용의 25%가 소프트웨어(SW) 값이다. 현재 생산되는 프리미엄급 차량내 케이블 길이만 평균 1마일(약 1.6㎞)이 넘는다. 전자제어장치 역시 대당 50~70개가 내장된다. 20대의 고성능 PC와 맞먹는 컴퓨팅 시스템이 차를 움직인다.
포드는 뉴 S-MAX를 내놓으면서 엔진 출력강화 등 기계적 성능 개선은 포기했다. 대신, 앞유리창에 마운트된 카메라가 보내오는 전방 교통신호와 교통량을 감지, 엔진 출력과 연비를 인공지능방식으로 조절한다.
차 그릴은 커넥티드카에겐 ‘눈’이다. 초음파 카메라와 레이더 시스템으로 재탄생한 그릴은 돌발상황시 운전자의 반응 속도를 능가한다.
지난해 업데이트된 테슬라의 ‘위치기반 에어 서스펜션’은 한번 지나갔던 도로의 패인 정도와 경사도 등을 저장, 최적의 상태를 유지하도록 한다.
폴크스바겐의 신형 차대는 노면 상태에 따라 반응하는 바퀴와 쇼바의 상태를 읽어, 컴포터블카나 스포츠카 느낌의 드라이빙을 선택할 수 있다.
이동통신사나 광고회사 등 비자동차업계가 커넥티드 카에 더 큰 관심을 보인다. 예컨대, 음악 스트리밍 업체는 차량 내비게이션 시스템이 실시간 보내온 가입자 현위치와 향후 동선을 고려, 음악을 내보낸다. 해안가를 달리면, 퀸의 ‘씨사이드 랑데뷰’를 틀어주는 식이다.
이들 업체 초미의 관심은 ‘자율주행차’다. 향후 5년 내 등장할 자율차내는 각종 미디어와 광고업계의 최대 잠재시장이다.
PwC의 필 해롤드 애널리스트는 “일단 자율주행차를 타게되면 운전자를 비롯한 모든 탑승자의 시선은 부유하게 된다”며 “그 순간이 바로 자율주행차의 진가가 발휘되는 때”라고 말했다.
유럽 투자사 엑산BNP파리바는 오는 2020년까지 텔레매틱스를 비롯한 차량용 통신시장 규모는 230억달러로 늘어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세계이동통신사업자협회(GSMA)는 내비게이션과 음악 스트리밍 등 이른바 ‘커넥티드카 미디어’ 시장 가치가 이통시장 전체 규모와 맞먹게 된다고 예상했다.
류경동기자 ninano@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