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리시움은 2013년 개봉한 미국 영화다. 닐 블롬캠프 감독이 데뷔작 ‘디스트릭트9’ 이후 무려 4년 만에 선보인 작품이어서 주목을 받았다. 명배우 맷 데이먼과 조디 포스터가 열연을 했으니 더 관심이 갈 수밖에. 다소 진보적인 메시지가 불편하다는 사람도 있지만 이런 점만 무시한다면 볼거리가 풍부한 영화다.
엘리시움(Elysium)은 ‘엘리시온(Elysion)’이라고도 하며 고대 그리스의 낙원을 뜻한다. 고대 그리스인은 땅을 평평한 원반으로 생각했는데, 그 주위를 강이 둘러싸고 있다고 여겼다. 땅을 따라 서쪽으로 계속 가면 그 끝에 섬이 있는데, 그곳이 곧 엘리시움이었다. 여기는 신의 축복을 받은 영웅만 들어갈 수 있었다. 우리로 치면 무릉도원쯤 되겠다.
영화 엘리시움은 이 고대 그리스의 낙원에서 영감을 받아 만들어졌다. 2154년, 지구에는 뭔가 문제가 생긴다. 핵전쟁, 자원고갈 등. 원인은 중요치 않다. 전세계 상위 1% 부자들은 지구를 떠나기로 결정한다. 그리고 지구와 달 사이에 그들만의 인공행성 ‘엘리시움’을 만든다. 그리하여 찬란한 엘리시움의 삶과 비참한 지구위의 삶이 시작된다.
엘리시움의 가장 두드러진 장점은 무병장수 한다는 점이다. 장수 정도가 아니라 아예 죽지를 않는다. 이게 가능한 건 엘리시움 집집마다 있는 첨단 의료기기 덕분이다. 이 기기는 사람이 누우면 한 번의 스캐닝으로 병명을 알아내고 불과 몇 분만의 치료로 말끔히 낫게 한다. 암은 물론이고 얼굴이 새까맣게 타버린 사람도 멀쩡하게(오히려 더 젊게) 되살려낸다. 드래곤볼의 선두나 전설의 명의 화타선생이 울고갈 기계가 아닐 수 없다.
이 의료기기는 영화를 이끌어가는 중요한 동력이다. 긴장 관계에 있던 두 세계가 결정적으로 충돌하는 건 바로 이 의료기기 때문이다. 지구에 있는 수많은 환자들이 엘리시움에 가기만 하면 병이 낫는다는 이야기를 듣고 잠입을 시도한다. 주인공도 그 중 하나다. 물론 엘리시움에서는 이를 필사적으로 막으려 한다. 마지막에는 이 의료기기가 지구로 내려와 무수한 사람을 무료로 치료해준다. 다분히 정치적 메시지라는 평가를 받을 만한 장면이다.
그런데 영화를 보다보면 이런 생각이 들기도 한다. ‘엘리시움에 산다면 행복할까.’ 그것은 곧 ‘죽지 않는 삶이 행복할까’라는 질문으로 바꿀 수 있다. 엘리시움은 미국 비벌리힐즈를 모델로 촬영했다고 한다. 그만큼 부유한 곳으로 비쳐진다. 그러나 그런 곳에 살더라도 죽지를 않는다면 그리 행복하지 않을 수도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 영화를 본 누군가는 “죽지 않는 건 싫은데, 아프지 않는 건 좋다”고 말했다. 죽음을 앞에 두면 생각이 어떻게 바뀔지 모르겠지만, 지금으로서는 이야말로 우문현답이라고 생각한다.
김용주기자 kyj@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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