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드업계에 최근까지 떠도는 일화가 있다. 한 유통 가맹점이 밴(VAN)사에서 리베이트를 받아 강남 노른자위에 수십억원대 건물을 세웠다는 것이다. 눈에 보이지 않지만 카드 결제 과정에서 가맹점과 카드사, 밴사 등은 공생관계다. 공생관계가 유착관계로 변질되면서 수백억원의 밴 리베이트 문제가 독버섯처럼 퍼져 있다.
밴사 등이 리베이트 지급을 하지 않겠다며 대형 가맹점 설득에 나섰지만 요지부동이다. 오히려 더욱 교묘하게 장비 납품, 개발비 명목 등으로 리베이트를 받고 있다. 과거 공정거래위원회가 이 같은 리베이트 문제에 제동을 건 적이 있다. 일부 가맹점이 과태료 처분을 받았지만 ‘꼬리 자르기’에 불과했다. 그런데 최근에는 공기업인 인천공항공사가 두 차례에 걸쳐 밴 리베이트를 강요하는 입찰을 진행해 논란이다.
민간 사업자가 아닌 공기업이 대놓고 밴사에 영업료를 요구하는 ‘갑질 행태’를 보며 국내 공기관의 도덕성을 민낯으로 접한 것 같아 마음이 불편하다.
오는 7월 개정된 여전법이 시행된다. 이 안에는 가맹점이 우월적 지위를 남용해 금전을 포함한 대가성 지원을 받아선 안 된다고 명시돼 있다. 국내 금융시장 선진화를 위해서라도 리베이트 문제에 정부가 적극 개입해 발본색원해야 한다. 리베이트 유착을 끊지 않고서는 국내 금융시장 생태계는 뒷돈이 오가는 ‘암거래’ 시장과 다를 바 없다. 발효된 여전법 개정안을 통해 보다 강경한 징벌제를 도입하고, 공정거래위원회도 리베이트를 근절하기 위한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언제까지 몇 푼 안 되는 과징금만 물릴 것인가. 뒷돈으로 받는 돈이 수십억원인데, 수백만원 과태료 처분을 내리는 게 실효성이 있는지 되묻고 싶다.
인천공항공사의 리베이트 논란에도 금융당국과 공정거래위원회 등이 나서기를 바란다. 실태가 어떤지 책상에 앉아서 서류만 보지 말고 입찰계약서와 이해관계자들의 말을 현장에서 듣기를 희망한다.
길재식기자 osolgil@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