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우리 아이 발표력 키우기, 열쇠는 엄마 손에 있다
큰 아이가 초등학교 1학년이 되고 첫 번째 공개 수업에 가게 되었다. 선생님은 아이들에게 모두 한 번 이상씩 발표할 수 있는 기회를 주었다. 아이들은 교탁 앞에서 그림을 보여주며 발표를 했다. 부끄러워 조그만 목소리로, 또는 선생님의 도움을 받아 발표하는 아이들도 있었지만 모두 간단하게나마 발표를 잘 해 냈다. 엄마들은 모두 대견해 했다.
그런데 37명의 아이 중에 두 명의 눈에 띄는 아이들이 있었다. 이 두 아이는 전혀 부끄럽거나 보는 이들의 눈빛을 피하는 기색도 없이 교탁 앞에 가만히 서 있었다. 표정이 전혀 흔들리지 않아 보는 사람들이 오히려 어색할 정도였다. 그 중 한명의 아이에 대한 선생님의 말씀은 놀라웠다. “민영(가명)아, 교탁 앞으로 나오기만 해 볼래? 그냥 그림만 들고 서 있어. 선생님이 대신 할게요.” 라며 당연하게 발표를 시키지 않았다. 나중에 알고 보니, 이 아이의 엄마는 담임 선생님에게 아이가 발표를 못하니 그냥 넘어가 달라고 미리 부탁했다는 것이다.
또 다른 발표를 못했던 아이는 선생님이 “지선(가명)이, 한번 해보자.” 라며 발표를 유도하였다. 물론 이 아이도 결국 발표는 하지 않았다.
하지만, 이 두 아이는 1년 뒤, 발표력에 있어 현격한 차이를 보이게 된다. 한 아이는 전혀 나아지지 않았고, 나머지 한 아이는 1학년이 끝날 때쯤 손을 잘 드는 아이중의 하나로 변한 것이다.
그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그것은 단지 엄마의 ‘관점과 태도의 차이’였다. 특별한 학원을 보냈거나 많은 시간을 쓰지 않았다. 엄마가 어떤 태도로 일상생활에서 아이를 양육했느냐가 이렇게 큰 차이를 만든 것이다.
의도하지 않았지만 1년 동안 같은 반이었던 이유로 두 아이의 변화 과정을 보게 되었고, 특히 놀라운 발전을 한 아이는 필자가 조언한 방법으로 큰 효과를 보았다. 이 실제 사례를 공유하고 싶다.
초등학교 1년 동안 전혀 발표력에 발전이 없던 아이, 민영이의 엄마는 유치원 때부터 아이가 별로 말을 하지 않고 귀가한다는 사실을 알았다. 그래서 1학년이 되자, 선생님께 “아이가 싫어하면 발표를 시키지 말아주세요.”라고 부탁했다는 것이다. 민영이 엄마도 아이의 발표력에 대해 고민을 많이 하고 있었지만, 아이가 상처 받을 것을 우려해서 그렇게 얘기한 것이었다. 하지만 결국은 가장 잘 도와줄 수 있는 담임 선생님에게 오히려 교육을 하지 말아 달라 부탁한 셈이 되었다. 선생님은 2학기 때부터는 민영이에게 벌점을 주면서까지 발표할 것을 권유하였다. 그러나, 엄마의 적극적인 의지와 교육이 없는 아이는 발표를 해야 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고, 1학년이 마칠 때까지 정말로 단 한 번도 발표를 하지 않았다. 매주 월요일, 37명이 모두 돌아가며 주말의 일을 발표 할 때도 당연히 건너 뛰었고, 심지어 출석을 불러도 옆 친구가 “민영이 왔어요”라고 대신 대답을 해준다는 것이었다. 믿기 어려울 정도 아닌가. 민영이는 친구들과 놀 때는 굉장히 말이 많다. 발표만 안할 뿐.
한편, 처음에 발표를 전혀 못했던 또 다른 아이, 지선이의 엄마는 아이가 부끄러움이 심하고 발표하기를 싫어해 ‘스피치 학원’을 보내려 한다고 고민을 토로했다. 그 때 필자가 “학원 보낼 필요 없어요.” 라며, 일상 속에서 아이의 발표력을 향상 시킬 수 있는 방법을 알려주었다.
즉, (1)엄마가 먼저 발표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아이 스스로 따라 해 보고 싶게 한다.
(2)아이가 말하고 싶어 할 때를 포착한다. 예를 들어, “엄마, 이 그림 예쁘지?”라며 아이가 얘기하고 싶어 할 때, 이 순간이 기회다. “야, 우리 서린이 그림 잘 그렸다. 어디가 제일 좋아?”라며 아이가 그림을 설명하는 모습을 동영상으로 촬영하는 것이다. (3)읽기 숙제를 이용 하자. 읽기 숙제하는 모습을 동영상으로 찍어주면, 아이가 대충 읽지 않고 실감나게 표현하며 읽는다. 동영상을 아이와 함께 보며 리뷰하면 효과는 배가 된다. (4)가족끼리 외식할 때 주문은 아이가 하게한다. “냉면 네 그릇 주세요”라고 말이다. 주문을 마치면 역시 칭찬해 준다. (5)아이가 학교에서 있었던 일, 기분 좋았던 일 등의 사소한 내용이라도 큰 소리로 또박또박 얘기하면, 그 순간을 놓치지 않고 칭찬해 준다. (6)인사만 잘해도 인생이 바뀐다. 아파트 승강기에서 만난 어른에게 큰 소리로 인사하게 한다. 인사는 칭찬으로 이어지고 제 3자의 칭찬은 자신감을 더욱 강화시킨다. (7)마트나 문구점에서 물건을 샀을 때 감사의 말을 크게 하게한다. (8)위의 방법들과 더불어 가장 중요한 것은, 엄마가 아이의 말을 끊지 않고 경청하는 것이다. 잘 들어 주는 부모가 발표 잘하는 아이를 만들 수 있다. 아이의 말에 공감을 표현하고 경청하고 있다는 반응을 보여주면 아이는 어디서나 안정감 있고 자신 있게 얘기하게 된다. 이렇게 자신감이 생기면 70%이상 성공한 것이다.
위 방법들은 필자가 큰 아이에게 실제 써본 방법과 육아책 <난 육아를 회사에서 배웠다>의 9장에 담겨 있는 내용이다.
성격이 조용하고 얌전한 딸아이가 학교나 학원에서 발표만큼은 뒤지지 않고 잘하는 것을 보고 위의 방법들을 권유하는데 확신이 있었다.
그리고 지선이 엄마는 학원 대신 집에서 엄마가 아이와 함께 발표력을 키우는 것으로 방향을 정했다. 담임 선생님에게도 아이가 발표를 꺼려해도 시도해 볼 수 있도록 독려할 것을 부탁하였다.
일상에서 지선이 엄마가 가장 먼저 한 것은 위의 방법 중 첫 번째 (1)엄마 본인이 아이 앞에서 발표하는 것이었다. 그리고 그 모습을 아이가 휴대폰 동영상으로 찍게 했다. 그랬더니 아이가 재미있어하며 “나도 하고 싶어!”라고 먼저 엄마 흉내를 내며 발표를 하더라는 것이다. 두 번째로, 학교 읽기 숙제를 할 때 읽는 모습을 동영상으로 찍었다. 그랬더니 아이가 실감나게 열심히 읽었다며 놀라움을 표현했다.
조금씩 진전이 있는 가운데 결정적인 계기가 생긴다. 반에서 10명의 아이들이 중창 연습을 하게 되었다. 지선이는 처음 2회 때까지의 연습 때는 가장 목소리가 작고 서있는 것도 부끄러워 똑바로 서있지 않는 상황이었다. 지선이 엄마는 아이가 노래하는 모습을 동영상으로 찍었다. 그리고 동영상을 함께 보며 아이와 함께 잘못된 점을 얘기했다.
아이 스스로 본인과 친구들의 모습을 확인한 것이다. 그리고 다음 연습. 필자는 지선이가 갑자기 목소리도 크고 똑바른 자세로 열심히 노래하는 모습에 놀라 진심으로 “야~~ 지선이 대단하다! 목소리도 크고 너무 잘한다. 최고네!”라며 큰 칭찬을 해주었다. 지선이 엄마는 그것이 큰 계기였다고 한다. 그 후로 지선이는 발표하는 데에 어려움을 느끼지 않고 자신 있게 자신의 의견을 말한다는 것이다.
꼭 엄마만이 이렇게 할 수 있는 것인가? 아니다. 현재 초등 2학년인 최준호 어린이는 남자아이인데, 1학년 때는 친구들이 ‘개미 목소리’라고 놀릴 만큼 소극적으로 발표를 하지 못하는 아이였다. 필자의 친구인 준호 엄마는 매우 바쁜 워킹맘으로 할머니가 준호를 돌봐주신다. 아이의 발표력에 걱정이 많던 엄마는 할머니에게 필자의 방법을 시도해 달라고 부탁하였다.
그리고 할머니가 동참해 주었다. 학교에서 귀가 하자마자 할머니가 제일 먼저 한 일은 준호에게 학교에서 있었던 일을 물어보는 것이었다. “학교에서 재밌었던 일, 큰 목소리로 얘기해보자” 하고 그 모습을 동영상으로 찍어주었다. 그리고 아이의 목소리가 커지고 자신 있게 얘기할 때 마다 많이 과장하여 칭찬해 주었다고 한다. 또 아이에게 아파트 승강기에서 만나는 어른에게 큰 소리로 인사를 시켰다. 이러한 방법들로 칭찬과 자신감이 쌓이자 준호의 목소리는 점점 커졌다. 그리고 준호는 지금 멋진 선거 연설로 부회장으로 선출되었다는 것이다. 준호의 부회장 선출 소식에 필자도 기뻤다.
자기 브랜드를 키워야하는 글로벌 시대. 마케팅 뿐 아니라 모든 분야에서 프레젠테이션, 즉 발표력은 가장 중요한 역량 중 하나이다. 특히 마케팅, 광고 관련 회사의 경우 프레젠테이션 한번으로 수천억이 왔다 갔다 하기도 한다. 또한, 기업에서 프레젠테이션 능력은 공식적인 발표에서 뿐 아니라, 평소 하는 회의 및 동료와 커뮤니케이션(communication) 할 때도 필요하다.
남의 말을 경청하면서 나의 생각을 자신 있게 피력하여, 상대방을 설득할 수 있어야 크고 작은 프레젠테이션을 성공으로 이끌 수 있다. 따라서 초등학교 1학년 때부터 자기 생각을 당당하게 발표하는 능력이 키워져야한다. 발표력도 연습으로 성장하고 계속된 연습은 습관이 되기 때문이다.
아이마다 차이는 있겠지만, 위의 사례들에서처럼 엄마 또는 양육자의 일상에서의 노력에 따라 아이가 얼마나 크게 변하는지 다시금 실감하게 되었다. 발표 연습은 특별히 많은 시간과 노력이 들지 않는다. 발표력 즉 프레젠테이션 역량은 일상생활에서 충분히 키워질 수 있다. 중요한 것은 엄마의 관점과 태도이다. 아이의 발표력도 엄마 손에 달려있다!
필자 소개 : 정인아/ 제일기획 국내 및 해외 광고팀에서 광고기획을 하고, 삼성탈레스 해외 마케팅, 나이키코리아 광고팀장을 지냈다. 일없이 살 수 없는 열정 워킹맘으로 끊임없이 새로운 꿈에 도전하며, 인생의 또 하나의 꿈인 딸과 아들이 꿈을 가진 사람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여러 방법을 시도한다. 대한민국의 저력은 ‘한국 엄마들’이라고 주장하며 ‘즐기는 육아’를 위한 실질적인 방법을 연구하고 있다. 저서로 <난 육아를 회사에서 배웠다, 매일경제신문사>가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