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속 과학, 이번주엔]러시아 우주정거장 `미르`, 대기권 진입 후 소멸

2001년 3월 23일, 러시아의 우주정거장 미르가 15년간의 활동을 마치고 남태평양에 추락해 폐기됐다.

러시아어로 ‘평화’를 의미하는 미르는 1986년 2월 현재의 카자흐스탄 바이코누르 우주기지에서 발사됐다. 미르는 본체 모듈에 여러 개의 소형 모듈이 결합해 만들어졌다. 길이 30m, 폭 33m, 무게 154톤에 이르는 대형 구조물이다. 지구 402㎞ 상공에서 평균 시속 2만8782㎞ 속도로 궤도를 돌며 임무를 수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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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과의 달 착륙경쟁에서 패배한 소련은 우주공간에 체류할 수 있는 우주정거장 건설로 우주개발 목표를 전환했다. 우주정거장을 먼저 개발함으로써 미국과의 우주개발 경쟁에서 다시 한 번 앞서 나가겠다는 계획이었다. 소련은 1971년 세계 최초의 우주정거장 ‘샬루트 1호’를 발사하며 치고 나갔고, 미르로 정점을 찍는다. 미국과 프랑스 등은 미르의 노하우를 배우기 위해 거금을 내고 미르에 탑승하기도 했다.

미르는 우주공간에서 다양한 실험과 관측을 했다. 하지만 발사 후 10년쯤 지난 시점부터는 각종 사고가 자주 발생했다. 우주화물선과의 충돌 위험, 화재, 주요 장치 작동불능 등의 사고가 생겼다. 심지어 2000년 12월에는 20시간 동안 통신이 두절되는 일도 발생했다.

결국 잦은 고장과 많은 유지비용에 부담을 느낀 러시아가 미르 폐기를 결정했다. 폐기방법은 대기권 진입을 통해 소멸하는 방법을 선택했다.

미르의 마지막 날인 2001년 3월 23일, 미르는 러시아와 중국, 한반도를 거쳐 남태평양에 추락했다. 대기권에 진입하면서 엄청난 마찰열에 의해 몸체 대부분이 소실됐고, 20톤 가량의 최종 잔해물은 1500여개에 이르는 파편으로 분리돼 피지 근처의 남태평양 바다에 떨어졌다. 당시 미르의 최종 비행궤도에 대해 일부 국가들이 반발하기도 했지만, 지구상에 피해를 준 것은 알려지지 않았다.

미르는 15년간의 우주비행을 하면서 지구를 9만 바퀴 가까이 돌았다. 이 기간 동안 미르를 방문한 우주인은 104명이나 된다.


권건호기자 wingh1@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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