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기업의 외국기업 인수합병(M&A)이 급증하고 있다. 현금 보유고가 늘어나면서 글로벌 기업뿐 아니라 내수기반 유통업체까지 해외기업 사냥에 나섰다.
니혼게이자이는 10일 엔화 약세 기조 속에서도 성장 발판은 결국 해외에서 찾아야 한다며 이같이 분석했다.
M&A 전문 자문업체 레코후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일본 기업에 의한 해외 기업 M&A는 6일 현재 3조8842억엔으로 작년 동기 대비 76% 늘었다. 분기 기준으로는 역대 최고액이었던 지난 2006년 1분기 기록(3조7649억엔)을 9년 만에 갈아치웠다.
연간 기준으로도 지난해 실적이 전년 대비 7% 증가한 7조4517억엔을 달성, 과거 최고였던 2008년(7조2893억엔) 기록을 6년 만에 깼다.
주목할 점은 유력기업 인수가 늘었다는 것이다.
캐논은 세계 최대 방범 감시 네트워크 카메라 업체를 3300억엔에 사들였다. 주력인 디지털 카메라 판매가 둔화하고 있는데다 사무기기도 성숙기에 들어간 점을 간파, ‘네트워크 카메라’를 신성장 축으로 삼았다.
아사히는 리튬이온전지에 사용되는 세퍼레이터(절연)를 생산하는 미국 기업을 2600억엔에 인수, 소홀했던 자동차용 세퍼레이터 사업을 강화했다.
이토추상사는 중국 최대 국유복합기관 산하기업에 출자를 단행, 중국과 신흥국 시장 개척에 사활을 걸고 나섰다.
엔화 약세는 외국기업 인수전에 악재다. 하지만 일본 업체는 재정 부담을 안더라도, 인수 기회를 잃지 않겠다는 의지가 더 강하다.
이를 가능하게 하는 것은 풍부한 현금 보유고다. 실적 개선 등을 배경으로 상장 기업의 보유 자금은 평균 98조엔 이상으로 역대 최고 수준이다.
일본 상장 기업 주식 약 30%를 보유한 해외 투자자들도 잉여 자금이 많은 기업에 압박을 가하고 있어, 해외 M&A를 통한 성장 투자에 자금을 활용하는 사례가 확산되는 추세다.
내수형 기업의 공격적 투자 역시 눈에 띄는 대목이다. 일본우정그룹은 약 6200억엔을 들여 호주 물류기업을 인수했다. 인구 감소와 인터넷 보급으로 일본 우편 시장이 축소되자 해외 시장에서 활로를 찾는 것이다.
벳쇼 겐사쿠 미쓰비시 UFJ 모건스탠리 증권 전무는 “해외 진출과 성장시장 확보를 위한 해외 M&A 확대 기조는 올해도 지속될 것”으로 내다봤다.
최근 5년간 일본 기업의 외국기업 M&A 투자액 추이(단위: 조엔)
류경동기자 ninano@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