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과 모바일 뱅킹 발달로 국내 은행 점포수가 2009년 이후 최저 수준이다. 지난해 대비 268개 지점이 줄어든 은행은 영업망 재편 작업에 착수했고 대안으로 복합점포를 통한 ‘영업 시너지’ 극대화에 나섰다.
은행권 복합점포 개설 경쟁이 올 하반기 들어 본격적으로 벌어질 태세다. 금융당국이 최근
자본시장법 시행령을 개정, 복합점포 운영을 위한 공간분리 규제를 완화한 것도 복합점포 확대 촉매제로 작용했다.
10일 금융권에 따르면 농협, KB국민, 신한 등 시중 은행이 복합점포 확장에 발 벗고 나섰다.
농협금융은 올해 여의도, 강남, 부산 등 서울과 지방 주요도시에 복합점포 10곳을 오픈할 방침이다. 신한금융그룹은 내부적으로 복합점포 특별팀(TFT)을 꾸리고 완화된 규제를 반영한 복합점포를 검토 중이다. 은행과 증권간 고객 정보 공유에 대한 내부 통제 규정과 점포 추가 개설 작업에 착수했다. 신한금융은 2012년부터 은행과 증권을 결합한 형태의 점포(PWM) 25곳을 운영 중이다.
하나금융그룹은 39개 복합점포(PIB복합점포 7개점, BWB 32개점)를 운영하고 있으며 하나은행은 올해 복합점포 활성화를 위해 최소 10개 지점을 확충할 계획이다. 하나대투증권과 연계를 강화, 은행 점포에서도 복합점포 시스템을 도입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KB금융지주는 BIB점포(은행+증권) 8개, BWB점포(은행+증권+생명 포함) 2개를 운영 중이며 올해 2분기 중 2곳을 추가로 개설할 예정이다.
KB금융 관계자는 “고객 수요와 영업모델 등을 고려해 우수인력을 갖춘 복합점포를 규제 완화에 발맞춰 지속적으로 검토할 예정”이라며 “새로운 복합점포 모델에 대해서도 다양한 구상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IBK기업은행도 지난 9일 서울 용산구 한남동 IBK고객센터 1층에 은행과 증권을 결합한 복합점포 ‘IBK 한남동 WM센터’를 개점했다. 기업은행은 이달 안에 시화공단, 강남, 반포자이 등 3개 WM센터를 추가로 개점할 계획이다.
우리은행 등 다른 은행과 증권사도 복합점포 개설을 타진 중이다. 스마트금융에 익숙해진 고객의 금융 니즈를 만족시키기 위해선 여러 금융 서비스를 하나의 창구에서 원스톱으로 제공할 수 있어야 한다는 분석이 깔려 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은행 점포수는 2009년 이후 5년만에 최저로 줄었다. 인터넷 뱅킹, 온라인 보험 등 고객과 직접 얼굴을 마주하지 않는 비대면 영업망 수요가 늘면서 대부분 금융사가 영업 채널 재편을 추진한 영향이 크다는 분석이다.
금융복합점포는 은행, 증권, 보험 등이 해당 업권 상품만 취급할 수 있다는 금융 전업주의를 완화한 결과물이다. 앞서 2011년 12월 신한금융지주가 처음으로 은행 점포와 증권사 점포를 나란히 입점시킨 ‘신한금융 PMW센터’를 출범시켰지만 금융 전업주의 원칙으로 출입구는 분리했었다. 지난해 말 관련 법 개정으로 칸막이 규제가 사라지고 공동상담이 가능해졌다.
은행권 관계자는 “정부의 규제 완화와 영업 채널망 재편으로 복합점포는 더욱 늘어날 전망”이라며 “다만 기존 PB센터와 차별화를 어떻게 이루느냐가 쟁점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길재식기자 osolgil@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