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정부가 한국산 세탁기 덤핑마진을 자국 기업에 유리하게 산정한 것을 간과해선 안 된다. 강력한 보호무역주의 유지 의지로 보이기 때문이다. 세계무역기구(WTO)가 정확히 판정하겠지만 새 산정방식 자체가 설 자리가 아예 없도록 해야 한다. 이런 일이 반복되면 우리나라가 미국에 수출하는 어떤 제품도 반덤핑 소송에서 자유롭지 않다.
덤핑마진은 수출가격과 내수가격을 비교해 산정한다. 낮을 때와 높을 때 모두를 반영해야 정확하게 산정할 수 있다. 그런데 미 상무부는 한국산 세탁기 수출가격이 내수가격보다 낮을 때만 산정한 이른바 ‘제로잉(zeroing)’ 방식을 적용했다. 당연히 한국에 불리하다. WTO도 이 제로잉 방식이 협정 위반이라고 판정했다.
그런데 미 상무부는 이를 수용하기는커녕 재심 예비판정에서 특정 시기와 지역 판매 물량만 적용하는 ‘표적덤핑(targeted dumping)’까지 더했다. 그 결과 삼성전자 세탁기 덤핑마진은 첫 판정 때보다 9배 가까이 뛰었다. 물론 동부대우전자와 LG전자 세탁기 덤핑마진은 같거나 되레 낮아졌지만 자의적 적용까지 가능한 산정 방식 자체가 문제다.
미 정부의 산정방식 변경 사례가 또 있다. 유정용 강관이다. 원유와 천연가스 시추에 쓰인다. 미 상무부는 예비판정에서 무혐의로 결론을 낸 한국산 유정용 강관을 최종판정에서 다른 계산방법을 적용해 반덤핑 관세를 부과했다. 한국기업 이윤율이 아닌 다국적 기업 이윤율을 적용했다. 세탁기 산정방식은 이보다 더 나아갔다. 미 정부가 더 교묘한 방법을 불사하더라도 보호무역주의를 지속하겠다는 뜻과 다름이 아니다.
한번 통하면 그 이후엔 기정사실화하며 특정 품목에 한정되지 않으니 더욱 경계할 일이다. 정부는 WTO에서 새 산정방식의 문제점을 조목조목 반박해 미 정부의 부당함을 입증해야 한다. 미국 수출 의존도가 높은 중국을 비롯해 우리나라와 같은 입장인 외국 정부와도 협력해야 한다. 한번 견제하지 못하면 계속 시달릴 수밖에 없는 게 무역 분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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